중국 '관광상품 제한'은 WTO에 양허 안해
잘못 대응하면 서비스 넘어 다른 산업으로 불똥튈까 우려
[세종=뉴스핌 이고은 기자] 정부가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따른 중국의 경제보복에 대한 대응방안 마련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국제법에 저촉될 만한 근거를 뚜렷하게 찾을 수 없을 뿐더러,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양허를 하지 않은 부분에서만 교묘하게 경제보복을 하고 있어 WTO 제소도 어려운 상황이다.
아울러 자칫 중국과 본격적인 갈등 구도에 나섰다가 아직까지 경제보복의 대상이 되지 않은 부분까지 불똥이 튈까 우려하고있다.
중국의 사드배치 보복 규탄 기자회견이 열린 7일 오후 서울 명동 중국대사관에서 오성홍기가 바람에 나부끼고 있다. <사진=김학선 기자> |
◆ 속수무책 정부 "관광제한은 일본도 어찌 못했는데…"
정부는 최근 WTO 서비스이사회에 관광·유통 분야의 중국 조치에 대해 WTO 협정 위배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는 공식 제소가 아니기 때문에 WTO의 조사가 당장 이뤄지진 않는다.
우리 정부가 WTO에 공식 제소를 망설이는 데는 이유가 있다. 우선 유일호 부총리가 거듭 강조한 "심증은 있으나 물증이 없다"는 점이다. 중국의 경제보복이 주로 구두나 국내법으로 이루어지고 있어 국제법에 저촉되는 요건을 충족시키기 어렵다.
또 하나는 경제보복 조치가 상품이 아닌 서비스 쪽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전세기 운항 불허나 관광상품 판매 중단 등에 대해서는 중국 측이 WTO에 양허를 한 부분이 아니다. 양허란 개방을 약속하는 것으로, 양허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국제법을 따라야할 의무가 없다.
지난 2012년 센가쿠 열도 영유권 문제로 중국과 일본이 갈등을 빚었을 때도, 중국이 본격적인 무역보복에 나서기 전까지 일본도 관광제한 등으로 WTO 제소까진 이르지 못했다.
이동복 무역협회 통상연구실장은 "중국은 (관광상품 판매 중단 등 문제가 되는 부분들에 대한) WTO 서비스 협정에 대해 양허를 하지 않았다"면서 "WTO 규정을 따라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에 관광 분야에서는 제소가 어렵다"고 말했다.
◆ 경제보복, 무역까지 번질까 우려…경제수장들 '살얼음판'
정부는 유통·서비스업 차원에서의 보복이 여타 산업으로까지 번질까봐 조심스러워하고 있다.
센가쿠 열도 영유권 갈등 당시 중국의 반일 감정은 일본에 대한 불매운동으로까지 번졌고 결국 일본의 대중 수출에도 타격을 입혔다. 일본의 대중 수출액은 2011년 1620억달러에서 2012년 1442억 달러로 11% 줄었다. 이어 2013년엔 다시 10.5% 줄어 1291억달러가 됐다.
반면 현재 우리나라와 중국의 교역에서는 아직 큰 변화가 감지되고 있지 않다. 지난 2월 중국의 수입은 전년동월대비 44.7% 늘었다. 중국 수입이 급등한 것은 설의 영향 때문이지만, 전반적으로 전세계 교역량이 좋다는 게 정부측 설명이다. 같은 2월 우리나라 수출은 작년 동기보다 20.2% 늘었다.
정부는 중국측을 잘못 자극할 경우 서비스 분야를 넘어 상품에도 경제보복의 유탄이 날아올까 저어하고 있다. 경제 수장들에게서 중국에 대한 과감한 비판 발언이 나오기 어려운 이유다. 정부 고위관계자들 사이에선 '현재로서는 자극하지 않는게 최선'이라는 말이 나온다.
정부 한 고위관계자는 "업계에서 중국의 경제보복 범위가 커질 것에 대한 우려가 크다. 정부에 신중한 대응을 재차 요구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뉴스핌 Newspim] 이고은 기자 (goe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