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 신설 동서울터미널 고속·시외 130여개 노선
땅끝 해남부터 산골 철원까지 전국 사람 모이는곳
지하철 하루 이용객 10만…출퇴근길 직장인 북적
日오후 복귀군인 점령, 인근아파트 광남학군 인기
[뉴스핌=황유미 기자] 서울에서 자취하다 충북 충주 회사에 취직하게 된 김미경(가명·여·28)씨. 충주로 거처를 옮길지 고민하다가 결국 출퇴근하기로 하고 동서울종합터미널 근처에 원룸을 구했다.
김씨는 "외국어를 배우거나 취미생활을 즐기기 위해 서울 생활을 포기할 수 없었다"며 "터미널에서 충주까지 1시간 반 걸리는데, 성남 등 수도권에서 서울 시내로 출근하는 시간도 비슷하지 않느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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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2호선 강변역은 '동서울터미널역'으로도 불린다. 이곳 종합터미널은 땅끝 전라도 해남 등지와 강원도 산골짜기 철원 등지를 연결한다. 터미널을 이용하기 위해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모인다.
동서울터미널은 시외버스와 고속버스를 동시에 이용할 수 있는 종합터미널로 1990년에 만들어졌다. 고속버스 및 시외버스 노선 130여개를 갖추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서울시의 자료를 바탕으로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동서울터미널 하루 평균 이용객은 3만1100명이다.
김씨처럼 시외버스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에다, 주말에는 군장병들과 나들이객들까지 더해진다.
지난 16일 오후 2시. 동서울터미널 인근 상가에는 7~8명의 군장병들이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터미널 인근 카페에서도 배낭 매고 커피 주문하는 장병을 볼 수 있었다.
강원도 지역에서 복무하는 군인들은 부대 근처 터미널에서 경상남도나 전라남도로 향하는 직통버스를 타기가 어렵기 때문에 동서울터미널을 거쳐 목적지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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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 출근길. 강변역에서 동서울버스터미널로 향하는 시민들이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다. |
경기 포천 부대에서 휴가나온 장병 강모(24)씨는 "부대가 있는 곳에서 집(경북 경주)까지 가는 직통버스가 없어서, 늘 동서울을 한 번 들렀다가 집으로 내려간다"고 설명했다.
이들이 복귀하는 일요일 오후가 되면 동서울터미널 인근은 군인 반, 비군인 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뿐만 아니다. 강변역 근처 A, B, C, D 4개의 버스정류장은 남양주, 의정부, 용인을 잇는 일반버스들의 종착지다. 경기도를 왕복하는 버스 노선은 28개나 된다. 강변역은 경기도에서 서울로 출근하는 직장인들이 '찍고 가는' 곳이 되기도 한다.
평일 오전 7시에서 8시 사이. 경기도에서 출발한 버스들은 이 지역에 20~30명씩 직장인들을 내려놓는다. 그들은 횡단보도를 건너 2호선 강변역으로 향한다. 지하철을 이용해 강남, 시청 등 회사가 밀집된 도심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지난달 기준 2호선 강변역의 하루 평균 이용객은 9만9900명이다. 1호선 환승역이자 도심 한복판 시청역의 이용객 7만7000명보다 많다. 많은 직장인들이 강변역을 거점 삼아 출퇴근하는 것이다.
강변역 인근은 학부모들에게 인기가 높은 거주지다. 강변역과 5호선 광나루역 사이 광남 초·중·고가 있는 지역은 '광남학군'으로 불린다. 주변에는 아파트 4000여 가구가 자리잡고 있다.
강변역과 테크노마트 뒤로 형성된 아파트촌은 북적대는 강변역과 사뭇 다르다. 사람들이 수없이 오가는 동서울터미널과 대조적이다.
이처럼 강변역은 직장인들의 '애환', 휴가나온 군인들의 '기쁨', 나들이객 '설렘', 자식 향한 엄마의 '열정'이 함께 존재하는 국내 유일한 곳이다.
[뉴스핌 Newspim] 황유미 기자 (hum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