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벗어나 금융영토 확장...KB국민은행은 주춤
[뉴스핌=강필성 기자] KEB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이 지난해 해외에서 800억~900억원의 순이익을 거둔 것으로 집계됐다. 전년대비 60% 가량 급성장했다. 해외영업의 선두 주자인 신한은행은 성장률이 6% 가량에 머물렀지만 이익 규모는 1300억원대였다.
시중은행들은 저금리로 인해 성장성이 둔화된 국내를 벗어나 해외에서 새로운 성장의 기회를 찾고있다.
14일 은행권에 따르면 KEB하나은행은 지난해 10개의 해외 자회사를 통해 총 926억7500만원의 순익을 거뒀다. 이는 전년 대비 83.46% 성장한 규모다. 특히 인도네시아 법인인 PT Bank KEB Hana가 실적을 견인했다.
PT Bank KEB Hana는 지난해 571억500만원의 순이익으로 전년 대비 59.54% 신장했다. 전체 하나은행 해외 법인 순이익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 셈이다. 아울러 하나은행(중국)유한공사도 286억6700만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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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의 해외 자회사 실적도 지난해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해외 자회사 10개가 전년 대비 62.62% 늘어난 809억1600만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중국우리은행이 320억2500만원의 순이익을 거둬 전년대비 30배 이상 성장했다. 인도네시아 현지법인인 우리소다라은행도 245억7300만원의 순익을 기록했다. 미국의 우리아메리카은행이 152억6600만원의 순이익으로 뒤를 이었다.
KEB하나은행 관계자는 “외환은행과 해외법인의 통합 시너지효과가 본격화 되고 있는 것”이라며 “법인 통합에 따른 원가 절감이 순이익의 증가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우리은행도 최근 몇 년간 진행해온 적극적인 해외법인 투자가 결실을 맺고 있다는 평가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베트남 지점을 법인으로 전환하고, 필리핀 웰스뱅크를 인수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은행 특성상 해외 네트워크에서 바로 순익이 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수년간 현지화 전략을 통해 영업이 정착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KEB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의 해외영업이 급성장한 반면 국내 은행 1위인 신한은행의 해외법인 성장은 다소 주춤했다.
신한은행의 12개 해외 자회사는 지난해 총 1334억5900만원의 순이익을 달성했다. 순이익 규모로는 시중은행 중 가장 큰 규모지만 성장률은 5.88%에 그쳤다.
일본 법인인 SBJ은행이 전년대비 48.12% 신장한 483억9600만원의 순이익을 올렸지만, 캐나다신한은행이 적자 전환했다. 중국, 베트남, 카자흐스탄 등 신흥국 법인은 순이익이 정체되거나 감소했다.
신한은행은 지속적으로 해외 영업을 늘리겠다는 자세다. 최근 취임한 위성호 신한은행장은 “글로벌에서도 해외 유수 은행들과 당당히 어깨를 겨누는 ‘월드클래스(World Class) 은행’의 꿈을 함께 만들어 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들 은행이 빠르게 해외영업 기세를 높이는 데 반해 KB국민은행은 아직 경쟁이 어려운 수준이다. KB국민은행은 지난해 4개의 해외법인을 통해 총 217억7000만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이는 전년의 순이익 22억원에 비하면 10배 가까운 성장이지만 지난 2015년 중국법인이 대규모 손실을 기록한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제자리로 돌아왔다는 평가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포화상태에 달한 국내 시장 보다 해외 시장 개척에 시중 은행이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특히 선진국 시장 보다는 동남아 등 신흥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 현지 진출한 국내 제조업체 뿐 아니라 현지 영업의 경쟁도 치열해져가고 있다”고 전했다.
[뉴스핌 Newspim] 강필성 기자 (feel@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