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지은 기자] “존경받는 가장, 고거이 내 꿈이여!” 남자다운 인생을, 가부장적인 삶을 지향한다. 하지만 남자를 상징하는 ‘힘’ 그리고 ‘폭력성’으로 인해 결국 스스로를 죽음으로 이끈다.
연극 ‘남자충동’은 가부장 지향의 남자들이 ‘강함’이라는 판타지를 실현하고, 그로 인해 드러나는 폭력성향으로 파멸하는 과정을 그렸다. 폭력조직의 보스 이장정(류승범‧박해수)이 놀림 받는 자폐 여동생 달래(송상은‧박도연)를 보호하기 위해 더 강해져야겠다는 결심에서 이야기는 출발한다.
이 작품은 거창한 이유로 위장된 폭력 형태의 허위를 풍자하고 폭력 충동의 심리적 과정을 담았다. 즉 남자의 헛된 폭력 충동을, 그 허위의 삶을 이야기한다. 강한 남자가 되어야 한다는 억압이 참된 삶을 잃어버리게 만든다.
‘남자충동’에서 눈여겨 볼 점은 박해수, 전역산, 송상은, 손병호의 연기력만이 아니다. 물론, 박해수의 연기력은 단숨에 객석을 압도하고 섬세한 표현으로 작은 감정까지 모두 표현한다. 그가 느끼고 있는 분노, 두려움, 공포가 고스란히 전달된다.
그렇다고 작품 자체가 마냥 무겁지만은 않다. 박광선의 특유의 재치는 무거워진 장내 분위기를 환기시킨다. 또 인터미션때 관객들과 소통하고, 다시 2막으로 이어질 때 분위기를 자연스레 이어놓는다.
송상은도 뛰어난 연기력을 뽐낸다. 맑고 고운 목소리와 더불어 어디 하나 흠잡을 곳 없는 자폐아 연기가 보는 내내 감탄을 자아낸다. 마냥 어리게만 나오는 전역산(유정 역)의 눈물 연기와 문장원(단단 역)과의 케미도 극의 보는 재미를 더한다.
그러나 아이러니한 점도 있다. 극 중 이장정은 동생을 지키기 위해, 가족을 지키기 위해 힘을 키우지만 동생 달래와 가족들은 그의 폭력성이 얼마나 모순인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여장남자 단단은 이장정의 가짜 폭력을 일깨워주는 유일하게 평범한 남자로 나온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는 가장 연약하면서도 뭣도 없는 남자로 표현된다.
작은 무대지만 섬세한 부분까지 촘촘하게 짠 연출이 감탄을 더한다. 배우들의 연기가 진행될 때, 무대 한편에는 베이스의 연주가 135분을 채운다. 박해수가 남자의 파멸을 이야기할 때, 베이스는 극의 긴장감을 더하면서도 남자의 ‘진정성 있는 삶’을 굳건히 나타내는 요소로 작용한다.
결국 주인공은 자신이 지키고 싶었던 동생과 가족으로 인해 파멸한다. 이때 박해수의 독백과 눈물과 그의 감정은 객석에게 파도처럼 밀려온다. 관객들 모두 박해수, 전역산, 송상은의 감정을 느끼며 눈물을 훔칠 정도.
영화 ‘대부’의 알파치노가 되고 싶었지만, 매순간 감정에 휘둘려 극단적인 결과를 맞이했다. 잘못된 가부장적 가치관이 헛된 충동이 파멸을 이끌었다. ‘패밀리’를 위해 강해지고 싶었고, 그들 앞에서는 강하고 싶었지만, 한없이 약한 남자가 숨어 있다.
이로써 조광화 연출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뚜렷하게 드러났다. ‘남자충동’의 내용은 무거우면서도 가볍다. 또 가볍지만, 무겁다.
[뉴스핌 Newspim] 이지은 기자 (alice0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