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영업손실 121억으로 확대..3년 연속 적자
[뉴스핌=전지현 기자] 김정민 제로투세븐 회장(55)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한 때 '형보다 나은 아우'라는 평가를 받았던 제로투세븐의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제로투세븐은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손실이 121억원으로, 적자폭이 대폭 확대됐다. 2014년부터 3년 연속 적자다.
지난해에는 증가세를 유지하던 매출액마저 감소세로 돌아섰다. 제로투세븐의 지난해 매출액은 2297억원으로, 전년보다 15.1% 감소했다. 당기순손실도 102억원에 달했다.
회사 측은 이 같은 실적 악화 원인으로 ▲시장경쟁 심화 및 주요 거래처와의 거래중단으로 인한 매출 및 이익이 감소와 ▲브랜드 포트폴리오 재정비 및 핵심사업 집중 육성을 위한 투자 증가에 따른 일시적 적자폭 증가를 꼽았다.
▲3년간 적자 누적..매출도 감소로 전환
2000년 설립된 유아동업체 제로투세븐은 2008년 김정민 회장이 취임한 직후부터 급성장세를 보였다. 2008년 1330억원이던 매출이 2015년 2706억원까지 증가하며, 부동의 업계 1위로 뛰어올랐다.
그 배경에는 공격적이고 과감한 김 회장의 경영전략이 주효했다. 김 회장은 국내 유아동업체가 출산율 하락과 내수경기 침체로 인한 영업환경 악화로 주춤한 행보를 보이는 상황에서도 해외시장을 공격적으로 개척했다.
그 결과, 2007년 설립한 중국법인 매출이 초기 약 67억원(2009년 기준)에서 지난 2015년 345억원까지 뛰어 놀랐다. 중국진출 1년만에 영업이익을 낸 뒤 흑자기조도 이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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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김 회장 공격적인 해외사업 전략은 지난해부터 제동이 걸리기 시작했다. 지난 2015년까지 성장세를 보이던 중국 매출은 지난해 3분기 기준 231억원으로 줄었고, 영업손실도 15억원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다.
관련업계는 제로투세븐의 중국사업이 올해도 반전을 기대하기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회사측은 사드문제에 따른 직접적인 영향이 미미한 편이라는 입장이지만, 지난해 말부터 본격화된 중국 당국의 행보로 중국에 진출한 국내기업들의 사업 축소가 전망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최근 중국은 자국산업 육성을 통한 내수강화 추세가 부는데다, 글로벌 브랜드 진출 확대로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국내 영업상황도 그다지 밝지 못하다는 점이다. 저출산 고령화가 지속되고, 장기적인 시장성장 둔화, 소비 심리 위축 등으로 업황이 좋지 않아서다. 병행수입으로 수입 유아용품 시장이 커지고 있고 해외직구가 이를 부추긴다는 것도 토종 브랜드 미래를 어둡게 만들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한 때 유제품 및 외식사업에서 고전해 온 매일유업의 성장 동력으로 꼽혔었다.
심은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7일 “매일유업은 유가공사업 실적호조에도 불구하고 제로투세븐과 엠즈씨드(폴바셋) 등 자회사의 수익성 부진이 부담으로 작용했다"며 "(5월로 예정된 지주사 전환에 따른)분할로 제로투세븐과 엠즈씨드는 지주회사인 매일홀딩스로 편입돼 매일유업의 적자부담 해소와 경영효율성 개선이 기대된다"고 내다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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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유업 지주회사 전환도 김 회장 어깨를 무겁게 만드는 요소다. 형제간 계열분리 가능성 때문이다. 매일유업은 5월1일을 기점으로 투자회사 매일유업홀딩스와 사업회사 매일유업으로 분할되면서 매일유업홀딩스가 지주회사로서 매일유업 등 자회사를 거느리는 구조가 될 전망이다.
통상적으로 지주회사 전환이 오너일가 지배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된다는 점을 감안할때, 오너일가가 51.55%를 확보한 매일유업의 형제간 계열분리 시나리오가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제로투세븐 지분가치가 낮아, 김 회장은 형인 김정완 회장 부자가 보유한 제로투세븐 지분(16.48%)에 매일유업의 보유지분(34.74%)까지 사들이기에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 제로투세븐은 유아용품으로 사업을 확대하며 브랜드 경쟁력 강화·모바일 활성화에 주력하면 상황이 나아질 것이란 주장이다.
제로투세븐 관계자는 "전사 통합적으로 유통과 소비자 환경 변화에 대응하고자 '모바일 비즈니스 체제'로의 변신에 집중하고 있다"며 "올해 2월 정식 오픈한 유아동전문 O2O쇼핑몰을 구축하고 오프라인 고객과 온라인 고객의 상호 유입을 위한 활동을 지속하면 매출증대와 고객 만족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제로투세븐은 김정민 회장의 경영능력을 판단하는 척도이기 때문에 실적하락에 대한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국내 유아시장 축소 및 소비경기 침체, 중국 사드영향까지 대외적 여건이 좋지 않은 상황에 맞춰 어떻게 맞서 나갈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전지현 기자 (cjh7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