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가격 상승세 '진행형'…일부 경계론도 등장
[시드니= 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세계 경제가 수년간 이어졌던 성장 둔화와 낮은 인플레이션을 극복하고 반등할 것이란 기대감을 배경으로 원자재 상품선물 순매수 규모가 사상 최대 수준으로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씨티그룹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 말 기준으로 전 세계적으로 운용되고 있는 상품 자산은 3910억달러를 기록, 한 달 만에 7%가 늘어나는 것은 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는 50%가 넘게 확대됐다고 5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상품 투자를 적극 운용 중인 펀드들의 매수 베팅은 2014년 이후 최대 수준으로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상품시장에 대한 높아진 투자 관심은 1년 전과는 대비되는 상황으로, 최근 상품 가격이 오르면서 석유와 가스, 알루미늄에서부터 소맥에 이르기까지 상품시장 전반에 투자 자금이 빠르게 몰려들고 있다.
주요 상품 선물시장 순매수 포지션 <출처=로이터/WSJ 재인용> |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따르면 석유와 전기동(구리), 원면(면화) 선물에 대한 강세 베팅은 1월 중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으며, 상품시장이 이처럼 전반에 걸쳐 동반 강세장을 시사한 것은 10여년 만에 처음이다.
주요 상품선물 가격을 추종하는 S&P GSCI 지수는 지난해 28% 오르며 2009년 이후 최대 상승폭을 기록한 뒤로 올해도 랠리를 이어가고 있다. 석유 및 가스 선물가격은 지난 12개월 동안 50% 넘게 오른 상태다. 은과 같은 귀금속 가격도 최근 몇 주 사이 가파르게 뛰고 있다.
WSJ는 상품 선물 가격의 꾸준한 랠리는 견실한 소비 및 기업 수요 전망을 반영한 것으로 러시아나 남아프리카 공화국, 말레이시아와 같은 많은 신흥국에는 호재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고 전했다.
심지어 더블라인 스트래티직 커머디티펀드의 제프리 셔먼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미국 대선 이후 일종의 '도취상태(유포리아)'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금융시장 투자자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재정 부양책과 금융 규제완화 등을 통해 성장세와 소비자 물가를 모두 끌어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성장에 관한 이른 기대감이 곧 사라질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한다.
상품 선물 가격 랠리가 장기화하면 인플레이션을 부추겨 미국의 금리 인상을 초래하고 이로 인해 성장세가 다소 짓눌릴 가능성도 남아 있다. 금리가 오르면 달러 가치도 올라 상품이나 신흥 시장 랠리에는 부담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컨플루언스 투자운용 수석 시장전략가 빌 오그래디는 “아직은 시장에 불확실성이 많이 남아 상품시장에서 포지션을 취하기가 편치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투자자들이 시장으로 계속 몰려든다면 가격은 상승세를 지속할 것이라며 투자 심리가 더 과격해질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권지언 시드니 특파원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