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산법 개정해야 하는데...금융위 "의견수렴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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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송주오 기자] 채권자 손실부담(Bail-In) 제도는 대마불사(大馬不死)를 깨기 위한 것이다. 대형 부실사고로 은행이 위기에 처했을 때 공적자금을 투입하지 않고, 주주와 채권자가 손실을 떠안게 하는 제도다. 정부는 이 제도를 올 1분기 중 법으로 만들 계획이었다.
하지만 탄핵 등 정치 일정, 업계와의 협의 지연 등으로 인해 다음 정부로 넘어가게 됐다. 은행 등 업계가 부담이 되는 제도 도입을 기피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가 베일인 제도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확정하지 못하면서 전체적인 일정이 뒤로 밀렸다.
금융위 관계자는 “베일인 제도 도입과 관련해서 현재 외국 사례를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하는 중”이라며 “아직 외부에 알릴 정도로 구체적인 방안은 마련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금융위의 방안 마련이 늦어지면서 베일인 제도 도입은 차기 정부로 넘어가게 됐다.
앞선 관계자는 “베일인 제도는 금산법(금융산업의 구조조정에 관한 법률) 개정을 통해 도입할 계획”이라며 “이를 위해선 국회에서 개정안이 통과되야 한다”고 말했다.
베일인 제도가 도입되면 '시스템적중요은행'으로 분류된 KB금융지주, NH농협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 우리은행 등에 적용된다. 이들의 경영 위기시 공적자금 투입이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금융권의 관심은 ▲은행채 선순위채권자의 손실 분담 ▲법규에 공적자금 지원 가능성을 명시하는지 여부다.
국제기구인 금융안정위원회(FSB)는 담보·보호 채권을 제외한 모든 채권을 베일인 대상으로 삼을 것을 원칙으로 제시한다. 원칙을 적용할 경우 은행의 자금조달 수단인 선순위채권은 경영 위기시 베일인을 적용, 상각 또는 출자전환된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국내 베일인 대상 규모는 1160조원에 달한다. 은행의 총 자본 중 52%에 달한다.
후순위채권에 대한 부담도 있다. 이탈리아 정부는 베일인 제도를 법제화했음에도 부실 은행에 대한 구제금융을 시도하고 있다. 주된 이유는 베일인 대상인 후순위 채권의 46%(약 39조원)를 개인들이 보유하고 있어서다.
황순주 KDI 연구원은 "베일인 제도가 도입돼도 정치적 부담감에 여전히 구제금융을 기대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신용등급 하락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국제 신용평가사인 피치는 “베일인 제도가 도입되면 한국의 일부 은행들 신용등급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정부 지원에 대한 기대감이 국내 은행들의 신용등급에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정부 지원에 대한 시장의 믿음은 여전히 높다. 2013년부터 코코본드에 베일인 제도를 도입했으나 투자설명서에 "위기 시 베일인 조치 전 정부가 채권자를 구제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 때문에 국내 금융기관들은 코코본드 발행시 정부로부터 부실기관으로 인정받아야 베일인이 작동하는 재량형만 선택하고 있다. 이에 반해 준칙형은 은행의 보통주 자본비율 하락시 베일인이 바로 발동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정부 지원에 대한 기대감 반영으로 재량형 코코본드는 준칙형에 비해 평균 1.7%p 금리가 낮다.
한편, 정부는 지난해 1월부터 FSB의 권고를 받아 지난해 1월부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바뀐 금융환경에 맞춰 회생·정리제도 도입을 위한 TF를 운영해오고 있다.
[뉴스핌 Newspim] 송주오 기자 (juoh85@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