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예고와 달리 병원 사업장을 집중 근로감독 대상서 제외
고용부, 지속적으로 근로감독 하고 있어 제외시켰다고 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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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스핌 이진성 기자] 정부가 임신과 출산휴가·육아휴직 등을 꺼려하는 사업장에 대해 '모성보호' 강화차원으로 근로감독을 실시하는 가운데, 가장 심각한 것으로 파악되는 병원 사업장을 대상에서 제외시켜 논란이 예상된다.
당초 고용노동부는 병원에서 모성보호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관련 내용을 집중감독 대상에 넣었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태도를 바꿔 감독 대상에서 제외시켰다. 고용부는 그 동안 모든 사업장을 대상으로 고용평등 및 일가정 양립을 위한 정책을 펴왔다는 점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22일 고용부는 올해 모성보호 취약 사업장에 대한 근로감독 계획을 수정했다. 고용부는 최근 장시간 근로와 성회롱 사건 등 사회문제를 비롯해 임신·출산휴가·육아휴직을 이유로 차별 또는 불이익이 심각한 IT(정보통신)와 출판·병원 사업장을 타깃으로 근로감독을 실시한다고 예고했다. 하지만 이날 보도자료를 배포하면서, 병원 사업장을 대상에서 삭제했다.
지난해 말 정부가 가임 여성 근로자 100명 이상인 병원 100곳을 실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모성보호제도가 내실 있게 운영되는 우수병원 10곳은 평균적으로 출산 휴가자 96.1%가 육아휴직을 쓴 반면, 관련 제도가 미비한 부진병원 10곳은 35.6%에 그쳤다.
휴직후 직장에 복귀한 비율도 높지 않다. 우수병원은 87.7%수준이었지만 부진병원은 11.0%에 불과했다. 병원 여건상 극단적인 상황도 문제지만, 우수병원임에도 출산휴가자 가운데 8.4%가 복귀하지 못한 부분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대학병원에 근무하는 A 전공의는 "전공의들은 정부에서 정한 한정된 TO(정원) 때문에 누군가 자리를 비우면, 부족한 일손을 채우기 위해서라도 바로 대체인력을 뽑아야 한다"면서 "정원이 채워지면, 출산휴가를 떠난 전공의가 복귀하고 싶다고 해도 들어올 수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같은 대학병원의 B간호사는 "지원자가 넘쳐나는 주요 병원이 아닌 이상, 부족한 TO를 채우기 위해서라도 휴직보다는 퇴사를 권장하는 구조"라면서 "그나마 최근 정부에서 병원 근로자들의 모성보호 감독을 철저히 한다고 해서 좋아지나 싶었는데 (병원이 빠져서)아쉽다"고 밝혔다.
고용부도 현실을 인지하고 있다. 작년에는 병원 근로자들의 모성보호에 나선다면서, 의료계와 함께 '병원업종 일·가정 양립 활성화를 위한 유관기관 합동 토론회'를 열고 임신 근로시간 단축·시간선택제도 등 실천과제를 발표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상황을 고려했을 때, 고용부의 태도 변화는 정치권 등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의료계 눈치를 본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복수의 정부부처 관계자들은 세부사항이 아닌 특정 사업장만을 감독 대상에서 제외시킨 것에 대해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내놨다.
정부 한 관계자는 "불과 일주일도 되기 전에, 세부내용 변동 등이 아닌 근로감독 대상을 명시했다가 제외시킨 것은 내부적으로 압박을 받은 것 아니겠냐"면서 "병원 근로자들이 모성보호 사각지대로 꼽히는 현실을 감안하면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고용부 관계자는 "병원을 집중 감독 대상에서 제외시킨 것은 그동안 지속적으로 근로감독을 실시해왔기 때문이다"고 해명했다.
[뉴스핌 Newspim] 이진성 기자 (jin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