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보은 3건 추가 총 9곳으로 늘어…1213마리 살처분
자신했던 '백신' 효과 미미…물량 확보도 못해
'속수무책' AI 이어 구제역서도 정부 대처 미흡 여전
[세종=뉴스핌 정경환 기자] 구제역 확산 조짐이 심상찮다. 백신 타령만 하는 정부의 안일한 대응 속에 구제역은 어느덧 충북에 이어 전북, 경기로 퍼져나갔다. 지난해 11월 발생 이후 넉 달째 끝나지 않고 있는 조류인플루엔자(AI)의 악몽이 재현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14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13일 신고된 충북 보은 구제역 의심축 3건 모두 O형 구제역 양성 판명을 받았다.
이로써 구제역 발생지는 이달 5일 구제역 첫 발생 이후 지금까지 총 9곳으로 늘었다.
올해 구제역은 지난 5일 충북 보은군 마로면 관기리의 젖소 농장에서 처음으로 생겨났다. 이후 8일까지 초반 3일간 구제역은 충북(보은, 5일)에 이어 전북(정읍, 8일) 그리고 연천(경기, 8일)으로 빠르게 확산됐다.
작년 11월 첫 발병한 AI 전철을 그대로 밟고 있는 모습이다. 정부의 한 발 늦은 대처로 인해 지금까지 4개월간 3314만수가 살처분됐다. 그러면서 달걀값이 폭등, 미국과 스페인 등에서 사상 처음으로 달걀을 수입하는 상황에까지 이르게 됐다. 살처분 보상금만 2612억원으로, AI 피해 규모가 역대 최대였던 2014년 1017억원의 두 배를 훌쩍 넘겼다.
인천 강화군 한 축산농가의 구제역 예방백신 접종 모습. <사진=김학선 사진기자> |
구제역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정부가 발생 초기, 방역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충북 보은에서 구제역이 잇따르고 있는데, 발생농장 모두가 구제역이 처음 발생한 젖소 농장의 차단 방역 지역인 반경 3㎞ 내에 있다.
뒤늦게나마 지난 9일 정부는 구제역 위기경보를 '경계' 단계에서 '심각' 단계로 격상했다. 구제역 위기경보가 '심각' 단계로 오른 것은 2010년 이후 7년 만이다. 이와 더불어 전국 우제류 가축 시장에 대해 18일까지 일시 폐쇄 명령을 내리고, 같은 기간 농장 간의 생축 이동도 금지시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날 충북 보은에서 다시 3건의 구제역이 확진, 첫 발생지에서 다시 방역망이 뚫림으로써 정부로선 할 말이 없게 됐다.
정부가 자신있게 외치던 '백신'도 전혀 도움이 되지 못했다.
구제역은 2000년 이후에만 모두 8차례 발생했다. 그 중 2010년 1월 포천 발생 건만 혈청형 'A'형이고 나머지 7건은 모두 혈청형 'O'형이었다. 그렇다보니 현재 국내에 있는 A형 백신의 방어 효과는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그런데 올해엔 사상 처음으로 O형과 A형이 동시에 발생했다. 'O+A'형 백신이 필요한데, 그마저도 물량이 부족하다.
이에 더해 지금껏 '0'형 전용 백신만 접종해온 돼지에 대한 A형 구제역 방어책은 전무하다. 이번 구제역이 소에서 돼지로 옮아갈 경우, 그 피해가 얼마나 커질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와 관련, 농식품부 관계자는 "구제역이 하루빨리 종식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짤막한 답변을 내놨다.
[뉴스핌 Newspim] 정경환 기자 (hoa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