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정상호 기자] 우리의 아픈 역사 위안부 문제를 다룬 영화 '눈길'이 삼일절 개봉한다.
배우 김향기와 김새론이 각각 위안부 피해자 영애, 종분을 연기한 '눈길'은 꽃다운 소녀들을 처참하게 짓밟은 일제의 만행을 그렸다.
영화 '눈길'은 90세가 넘은 위안부 피해자 종분(김영옥)의 현재와 과거를 오가면서 이야기를 진행한다. 수줍음 많은 종분은 비록 배운 것 없고 가난하지만 심성이 고와 마을 사람들과 잘 어울린다. 콧대 높은 부잣집 딸 영애는 교사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학교에서 일본식 교육을 열심히 받는다.
두 소녀의 일상은 일제의 잔인한 위안부 동원이 벌어지면서 산산조각난다. 종분은 한밤중에 끌려 올라탄 열차에서 일본으로 간 줄 알았던 영애와 마주한다. 울상이 된 영애는 일본군들에게 자신이 이곳에 있는 건 잘못됐다고 항변하지만 이미 운명은 결정된 뒤였다. 그렇게 둘은 일본군 위안부로 만주까지 가 미래를 짓밟혔다.
KBS 2부작 드라마로 먼저 선을 보인 '눈길'은 폭력적인 장면은 최대한 배제하면서도 꺾여버린 소녀들의 절망을 보다 생생하게 드러낸다. 아직 미성년자인 김향기와 김새론이 극의 중심을 제법 잘 잡고 이끈 덕이다. 잊지 말아야할 역사적 사실을 지금껏 등장한 위안부 영화와는 다른 시각에서 바라본 작가와 감독의 의지도 인상적이다. 종분의 현재와 과거를 오가는 설정은 자칫 무겁게만 흐를 수 있는 영화의 흐름을 적당히 조절해주는 느낌이다.
뭣보다 시선이 가는 건 굉장히 담담한 화면 위에 위안부 문제를 담아낸 '눈길'의 연출이다. 역사가 기억해야할 아픔인 데다, 아직 피해자가 생존해 있는 만큼 스펙터클을 자제했다는 감독의 말이 와닿는 부분이다. 주제를 제외하고 보면, 영화적 구성이나 흐름이 매끄럽거나 노련한 건 아니다. 하지만 위안부 문제를 진정성 있게 다뤘다는 점만 놓고서도 국민으로서 박수를 쳐줄 일이다. 시민들까지 나서 십시일반 좋은 뜻을 모아 완성한 '눈길'은 삼일절에 개봉한다.
[뉴스핌 Newspim] 정상호 기자 (uma8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