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지세 인상에 기존 주택 시장만 '마비'
1월 홍콩 신규 주택 판매 전달보다 48% 급증
[뉴스핌= 이홍규 기자] 홍콩의 주택 가격이 정부의 고강도 억제책에도 불구하고 고공행진을 하고 있어 주목된다. 인지세 인상 등의 영향으로 기존 주택 시장은 사실상 '마비'된 반면 신규 주택 시장은 수요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9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난주 홍콩 옛 공항부지인 원카이탁을 활용한 차이나 오버시스 랜드(China Overseas Land&Investment)의 신규 복합단지 188개 가구가 하루 만에 완판됐다. 가격은 5개월 전의 첫번째 공급물보다 무려 41%나 높았다.
이 같은 현상은 집값을 안정시키 위한 정부 노력과 배치되는 결과다. 작년 11월 정부는 치솟는 집값을 진정시키기 위해 두 번째 이상 주택 구매자에 적용하는 부동산 인지세를 3년 만에 15%로 인상했다.
이는 기존 주택 시장의 판매자와 구매자 모두에 제동을 거는 역할을 했다. 실제 기존 주택 가격은 작년 11월 이후 1.7% 상승에 그쳤다.
그러나 주택 구매자들은 개발자들이 대출과 세금 환급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신규 주택 시장으로 몰려들었다. 그 결과 수요와 가격 모두 폭등했다.
부동산업체 미드랜디 리얼티(Midland Realty)와 정부 통계에 따르면 1월 홍콩의 신규 주택 판매는 전달보다 48% 급증했다. 이는 1년 전 같은 기간 76% 감소와 대비되는 수치다.
홍콩 주거용 주택 가격 추이 <자료=블룸버그통신> |
청콩 프로퍼티 홀딩스의 저스틴 구 전무 이사는 "인지세 인상과 모기지 억제 조치로 중고 주택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고 그 누구도 팔 필요가 없다"며 "이는 신규 수요를 만들고 개발자들은 수요가 많다고 생각하면 가격을 조절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몇 년 간 홍콩 주택 판매에서 개발업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점차 증가하고 있다. 정부가 처음으로 수요 억제책을 내놨던 2012년, 이전인 2010년 전체 신규 주택 판매에서 이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10%에 그쳤다. 그러나 작년 30% 이상으로까지 늘어났다.
분석가들은 이같은 추세가 정부 정책으로 개인들의 보유 부동산 매각과 신규 주택 매입에 대한 비용 증가로 가속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인지세 인상은 2015년 2월 정부의 모기지 제한 조치와 맞물리면서 구매자들의 부담을 가중시켰다.
현재 보유 부동산을 매각하고 신규 아파트에 대한 담보 대출을 원하는 주택 소유자에 대한 주택 담보 대출은 50%로 제한된 상태다. 이는 이전 70%보다 줄어든 수치다.
미드랜드 홀딩스의 버글 라우 수석 분석가는 "중고주 택시장에서 거래가 실종됐다"며 "주택 보유자는 매각하기 전 두 번 생각한다. 왜냐하면 그들이 다시 구매를 원할 때면 이들은 높은 인지세와 모기지 상한에 직면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렁춘잉 행정수반(행정장관)이 선출된 뒤 여러 집 값 억제책이 쏟아졌지만 기존 주택 가격은 선출 시점인 2012년 7월 이후 40% 가까이 올라온 상태다. 2015년 9월 최고치 보다도 0.7% 하락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
홍콩 정부는 이같은 현상에도 불구하고 인지세 인상 정책이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부 관계자는 "단기 투기세력과 투자자들이 시장을 떠나고, 주택 시장은 마침내 실수요자를 위해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곳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홍규 기자 (bernard020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