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사임당, 빛의 일기’를 비롯해 tvN ‘내일 그대와’, OCN ‘터널’ 등 타임슬립 드라마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사진=SBS, tvN, OCN> |
[뉴스핌=박지원 기자] ‘시그널’을 시작으로 ‘W(더블유)’ ‘달의 여인-보보경심 려’ ‘푸른 바다의 전설’ ‘도깨비’까지…. 지난해 안방극장에는 현재와 과거, 미래를 오가는 ‘타입 슬립(Time Slip)’ 드라마 열풍이 거세게 불었다. 올해도 그 바람은 여전하다. SBS ‘사임당, 빛의 일기’를 비롯해 tvN ‘내일 그대와’, OCN ‘터널’ 등이 시청자들을 ‘시간 여행’으로 안내한다.
SBS 수목드라마 ‘사임당, 빛의 일기’는 한국미술사를 전공한 시간강사 서지윤(이영애)이 이탈리아에서 우연히 발견한 사임당(이영애) 일기에 얽힌 비밀을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풀어내는 퓨전 사극.
시간을 거스르는 ‘타임 슬립’이지만 과거의 인물이 현대로 오는 형태의 판타지는 아니다. 역사적인 사실을 뼈대로 작가의 상상력을 더했다. 특히 이 드라마에서 ‘타임 슬립’은 이율곡의 어머니이자 현모양처의 틀에 갇혀있던 ‘사임당’을 소환해 그가 여자로, 예술가로 시대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 점을 부각시킨다.
tvN 금토드라마 ‘내일 그대와’ 외모, 재력, 인간미까지 갖춘 완벽한 스펙의 시간여행자 유소준(이제훈)과 그의 아내 송마린(신민아)의 이야기를 그린다. 주인공 유소준이 지하철로 미래로 넘나들며 송마린과의 로맨스를 이어간다.
‘내일 그대와’처럼 미래를 오가는 능력을 가진 주인공을 내세운 판타지 로맨스 최근 드라마에서 격렬하게 환영받는 소재다. 전지현과 김수현 주연의 ‘별에서 온 그대’를 비롯해 tvN ‘도깨비’, SBS ‘푸른 바다의 전설’, ‘피노키오’, ‘너의 목소리가 들려’ 등이 이런 요소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큰 인기를 얻었다.
특히 이제훈은 앞서 시공 초월 판타지 tvN ‘시그널’에서 존재감을 드러냈던 터라 또 한 번 ‘타임 슬립물’에 도전하며 주목을 받았다. 이제훈은 ‘시그널’에서 조진웅을 구하기 위해 사투를 벌였다면, ‘내일 그대와’에서는 자기 자신을 구하기 위한 도전에 나선다는 점이 조금은 다르다.
SBS ‘사임당, 빛의 일기’를 비롯해 tvN ‘내일 그대와’ <사진=SBS, tvN> |
오는 3월 베일을 벗는 OCN ‘터널’은 1980년대 여성 연쇄 살인 사건의 범인을 찾던 주인공이 21세기로 타임 슬립, 과거와 현재의 연결고리를 발견하며 30년 전 연쇄 살인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내용을 다룬다. 범죄 수사물에 ‘타입 슬립’ 기법을 접목한 드라마로 제2의 ‘시그널’을 노리고 있다.
◆“시간을 뛰어넘는 스토리…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동력"
타임 슬립 드라마 홍수 속에 시청자들은 피로감이 쌓일 법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을 거스르는 설정의 드라마가 쏟아지는 이유는 뭘까.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과거의 사건에 따라 미래가 결정되듯이 보통의 다르마 구조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서 개연성이 만들어진다. 하지만 시간을 뛰어 넘는 스토리는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동력이 된다”고 말했다.
또한 예전에는 시간을 뛰어넘는다고 하면 SF(science fiction) 장르에 국한돼 있었지만, 요즘은 장르의 혼재가 가능하다. 사극과 현대극의 접목, 판타지 로맨스 등 현실적으로 다양한 변주를 할 수 있어 ‘타임 슬립’ 소재가 지속적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뜩히 최근 케이블에서 시도되는 다양한 장르물을 통해 시청자들이 ‘타임 슬립’을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인드가 생긴 것도 타임 슬립 열풍에 한 몫을 하고 있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시청자들이 예전에는 리얼리티가 강조된 드라마를 주로 봤다면, 지금은 수사물처럼 이야기성이 강화된 장르물에도 큰 재미를 느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아무리 과거와 미래를 오가는 독특한 설정이라도 대중을 이해시키지 못한다면 외면 받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박지원 기자 (pjw@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