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경영 환경 배제···포퓰리즘 독소내용 잇따라 제시
정규직 고용 의무보다는 파견법 개정이 더 현실적
[뉴스핌=김신정 이진성 기자] 장기 불황으로 지난해 청년 실업률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일자리 창출이 대선 정국의 핵심 이슈로 떠올랐다. 특히 비정규직 관련 공약들이 여야 구분없이 쏟아지는 가운데 기업 경영을 옥죄는 대표적인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7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 각 당 대선주자들이 출마를 공식 선언하면서 비정규직과 관련된 다양한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바른정당 대선주자인 유승민 의원 캠프측은 기업이 비정규직 노동자를 쓸 수 있는 규모를 제한하는 공약을 준비 중이다. 그동안 언급됐던 '동일노동, 동일임금'이라는 규정은 비정규직이 남용되는 현실을 막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유승민 캠프측 한 관계자는 "유 의원이 한 방송에 출연해 이같은 골자의 공약을 언급한 바 있다"며 "기업이 쓸 수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 수를 제한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야당측 대선주자들도 일찌감치 비정규직 법안을 정책공약으로 꺼내들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최근 일자리 정책을 발표하면서, 정규직 고용에 대한 의무를 강화하겠다고 제시했다.
상시적, 지속적인 일자리는 정규직 고용을 원칙으로 하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공공부문 비정규직을 점차적으로 정규직화하겠다는게 골자다. 여기에 '동일기업 내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이 실현되도록 하겠다고 했다.
국민의당 대선주자인 안철수 전 대표는 지난해부터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임금 처우 및 환경에 대한 차별을 해소화하겠다고 밝혔고, 정의당 대선주자인 심상정 대표는 하청, 외주 노동자의 노동권과 인권을 보호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재계와 전문가들은 대선주자들의 비정규직 관련 공약들에 포퓰리즘 독소조항이 담겨 있다고 우려한다.
특히 정규직 고용 강화의 경우 기업 경영환경을 배제한 채 근로자의 고용환경 개선만을 고려한 제도로, 오히려 기업의 정규직 고용을 축소시킬수 있다는 우려마저 낳고 있다. 기업이 이렇게 강요당한다면 기존 정규직에 대한 복지혜택 수준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비정규직을 돕자며 다른 쪽의 희생을 강요할 수 있다는 얘기다.
게다가 정규직 채용에 부담을 느낀 기업이 고용규모를 축소하면서, 상대적으로 질이 높은 일자리가 더 줄어들 가능성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기업들이 정규직 신규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도록 기업 지원 정책을 먼저 추진하거나, 기업 부담을 줄여줄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한다.
A대학교 취업지원센터 관계자는 "모든 근로자가 정규직으로 채용될 경우, 정규직 처우수준이 비정규직 수준으로 돌아가는 것은 당연한 시장논리"라면서 "필요한 교육을 통해 경쟁력을 갖추게 한 후 양질의 일자리를찾게 해주는 것이 현실적인 해결책"이라고 밝혔다.
박종인 로펌 강남 변호사(노무사)는 "비정규직을 줄이기 위해선 기업의 비정규직 채용 총량제한 보다는 파견법 내 비정규직 채용 사유를 제한하는 법안이 현 실정에 더 적합하다고 본다"며 "저임금보다는 직원관리 편리성으로 파견직과 비정규직을 채용하고 있는 기업의 충격을 완화할 수 있는 방안 중 하나"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김신정 이진성 기자 (az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