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트럼프 이어 프렉시트 리스크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미국과 유럽 전역으로 정치 리스크가 확산되면서 금융시장이 파열음을 내고 있다.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를 필두로 미국 트럼프 행정부와 최근 프랑스 대선 주자까지 일제히 보호주의와 반이민, 세계화 및 유로존의 붕괴에 한 목소리를 내자 채권을 중심으로 투자자들의 공포감이 짙게 깔리고 있다.
일부에서는 금과 채권시장의 움직임이 1987년 블랙먼데이 당시와 흡사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프랑스 극우 정당 국민전선(FN)의 마린 르펜 대표 <사진=블룸버그> |
6일(현지시각) 업계에 따르면 독일 대비 프랑스 국채 수익률 스프레드가 약 4년래 최고치로 뛰었다.
프랑스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1.11%까지 상승해 같은 만기의 독일 국채에 비해 간극이 74bp로 확대됐다. 이는 2013년 3월 이후 최고치에 해당한다.
연초 이후 수익률 스프레드는 23bp 급등, 투자자들의 경계감을 자극하고 있다. 예측하기 어려운 프랑스 대통령 선거 결과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배경으로 꼽힌다.
이날 리옹에서 열린 대선 출정식에서 극우 정당 국민전선(FN)의 마린 르펜 대표가 이른바 ‘프렉시트’를 포함해 반이민과 자유무역협정 탈퇴 등 기존의 질서를 흔드는 공약을 내세우면서 시장 불안감이 확산됐다는 분석이다.
르펜 대표는 공약 이행에 따른 파장이 번질 경우 정부가 중앙은행에 대한 통제권을 장악하고 유동성 공급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본격적인 브렉시트 협상을 앞두고 테레사 메이 총리가 영국의 EU 단일시장 탈퇴 의사를 밝힌 데 이어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주의 정책과 르펜 대표의 공약이 세계화를 위협한다는 측면에서 모두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신용평가사 스탠더드 앤 푸어스(S&P)는 르펜 대표의 공약대로 프랑화의 부활이 추진될 경우 프랑스가 디폴트를 낼 것이라고 주장했다.
월가 트레이더 <사진=블룸버그> |
DZ뱅크의 크리스틴 렝크 전략가는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르펜 대표의 대선 승리 가능성과 무관하게 투자자들은 정치 리스크를 경계하고 있다”며 “프랑스 국채의 매물이 지속적으로 쏟아지는 한편 시중 자금이 안전자산인 독일 국채로 몰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트럼프 행정부를 향한 월가의 시선 역시 급변하고 있다. 연초까지만 해도 경기 부양에 대한 강한 기대를 드러냈던 이코노미스트가 정책 리스크에 대한 경고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특히 백악관과 친화적인 투자은행(IB)으로 꼽혔던 골드만 삭스가 보고서를 내고 리스크 요인을 지적했다.
무엇보다 오바마 케어 폐지에 공화당이 속도를 내지 못하는 것으로 미루어 볼 때 세금 인하를 포함해 투자자들이 커다란 기대를 걸었던 공약 역시 이행이 순조롭지 못할 것이라는 계산이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7개 이슬람 국가를 대상으로 한 반이민 정책 역시 미국의 외교 및 정책에 ‘득(得)’보다 ‘실(失)’이 더 크다는 것이 골드만 삭스의 판단이다.
반이민 정책뿐 아니라 무역정책 역시 월가와 ㈜아메리카에 실망스러운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 IB는 채권 수익률과 금값의 동반 상승이 블랙먼데이를 포함한 과거 주가 대폭락 당시와 흡사한 시장 충격을 예고하는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올들어 금 선물이 6%에 이르는 상승을 기록했고, 지난해 하반기 급등했던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연초 이후에도 강보합권에서 움직이고 있다. 프랑스를 포함한 유럽 주요국의 국채 수익률 역시 상승 흐름을 타고 있다.
재커리 카라벨 인베스트넷 전략가는 CNBC와 인터뷰에서 “금은 시장의 인플레이션 상승 기대와 공포 심리를 반영한다”며 “최근 금값 상승은 두 가지 모두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