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조작국 지정되면 '엔화 약세 수혜주' 타격 불가피"
[뉴스핌= 이홍규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과 일본이 수년 동안 통화 약세를 통해 환율을 조작했다고 비판했다. 이에 일본 정부는 즉각 반박에 나섰다.
트럼프의 이 같은 발언이 일본 금융 시장에 파문을 일으킨 가운데 분석가들은 그동안 엔화 약세에 힘입었던 주요 수출 업종 주식에 매도 의견을 내놨다.
<사진=블룸버그통신> |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백악관에서 제약업계 경영진과 회의를 열고 미국의 무역적자와 기업 유출의 요인은 "다른 나라의 통화 공급(money supply)과 통화의 평가절하다"며 중국과 일본을 지목해 "시장에서 통화 약세를 유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신문은 '통화(money)'가 무엇을 가리키는지 알수 없지만 트럼프가 일본은행(BOJ)의 양적완화 정책 등을 염두에 두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31일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엔 환율은 한 때 112.08엔까지 내려가며 2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1일 일본 정부는 기자 회견을 통해 반박에 나섰다. 스가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은 이날 기자 회견에서 트럼프의 발언에 대해 "전혀 맞지 않는다. 금융 완화는 국내 물가 안정 목표를 위한 것이지, 엔화 약세 유도를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환율은 "시장에서 결정되며 통화의 경쟁적인 평가 절하를 피하기 위해 (통화 정책은) 환율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는 주요 7개국(G7)을 비롯한 과거의 국제 합의에 따라 정책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베 신조 총리도 "BOJ가 엔저를 유도하고 있다는 비판은 맞지 않다"며 "BOJ는 물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적절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고 두둔했다.
한편, 월가의 분석가들은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될 경우 그동안 엔저에 수혜를 입었던 자동차 업종을 매도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노던 트러스트 캐피탈 마켓의 더그 모턴은 일본의 후지중공업, 자동차 부품업체 아이신 세이키, 도요타 자동차에 매도 의견을 냈다. 그는 "지난 몇년 간 일본 자동차 제조업체의 마진은 엔화 약세에 의해 글로벌 경쟁업체와 크게 다른 모습을 보였다"며 "자동차가 미국의 국내 고용에 매우 중요한 산업임을 고려할 때 트럼프 행정부와는 어울리지 않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오전 2시 39분 현재 달러/엔 환율은 뉴욕 종가보다 0.37% 상승한 113.20엔에 거래되고 있다. 도쿄 시장 기준으로는 0.26% 내림세다.
[뉴스핌 Newspim] 이홍규 기자 (bernard020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