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세혁 기자] ‘유레루’(2006)로 한국 관객에 익숙한 니시카와 미와(43) 감독이 신작 ‘아주 긴 변명’으로 객석을 찾는다.
오는 16일 개봉하는 ‘아주 긴 변명’은 철없는 사내가 상처한 뒤 겪는 담담하면서도 특별한 인생의 변화를 담았다. 삶의 일부를 잃은 뒤, 이것이 슬픔인지 아닌지도 인지하지 못하는 사내가 사계절을 보내며 조금씩 커나가는 과정이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많은 관객이 상상한 것처럼 ‘아주 긴 변명’은 잔잔한 분위기와 따스한 색감으로 가득하다. 꾸미지 않으면서 특별한 감정을 전하는 것이 일본영화 특유의 매력인데, 감독의 투명한 영상과 명품배우들의 열연이 어우러져 뭔가 더 특별한 느낌을 만들어냈다.
‘유레루’(2006) ‘우리 의사 선생님’(2009) ‘꿈팔이 부부사기단’(2012) 등 그간의 작품을 통해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해온 감독은 ‘아주 긴 변명’에서 이별과 성장을 이야기한다. 아내가 사고로 죽던 날에도 다른 여자를 탐하던 소설가 사치오가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어린 남매를 돌보면서 겪는 감정변화가 제법 강하게 가슴을 파고든다. 상처한 사치오가 마주하는 일상은 이 땅에 태어난 인간은 누구나 상실하며, 그만큼 성장한다는 진리를 말하는 듯하다.
쉼 없이 객석의 감성을 두드리는 이 영화의 힘은 배우 모토키 마사히로에서 비롯됐다. 그는 일본영화 최초로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의 영예를 안은 ‘굿’바이:Good&Bye)’에서 이미 내공을 입증한 명품배우다. 신작에서 그가 보여주는 총천연색 연기는 담담한 일상일수록 누군가에겐 사무치고 치열하며 눈물겨울 수 있음을 보여준다. 괴팍하다가도 온전하고, 따뜻하다가도 냉담한 변화무쌍한 연기는 영화를 마주한 이들의 감정선을 리드미컬하게 건드린다.
작품 속에서 사치오를 성장하게 한 아이들의 연기에는 절로 미소가 피어난다. 신페이와 아카리 남매로 등장하는 후지타 켄신, 시라토리 타마키에게선 일본영화의 미래가 보인다. 엄마를 잃은 충격 속에서 낯선 아저씨에게 점차 마음을 여는 두 꼬마배우는 영화 속 웃음과 감동을 책임지며 극의 완성도를 높였다.
[뉴스핌 Newspim] 김세혁 기자 (starzoob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