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일 수사기간 중 35일째 맞아
김기춘·조윤선·이대비리자 무더기 구속 성과
이재용 부회장 영장기각으로 수사 첫 ‘제동’
법조계 “특검, 최씨 조사를 마지막이라고 생각해야”
[뉴스핌=김기락 기자]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을 수사해 온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24일로 수사 35일째를 맞았다. 70일간의 공식 수사 기간 중 절반을 달려온 것이다.
그동안 특검은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을 구속시키는 등 굵직한 성과를 냈으나, 뇌물죄 혐의를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최순실 씨, 미르재단·K스포츠재단에 출연금을 낸 대기업 총수들은 현재로선 놓치게 됐다.
특검의 가장 큰 성과는 문화·예술계 지원 배제 명단인 ‘문화계 블랙리스트’ 수사이다. 문화계 블랙리스트는 김 전 실장이 작성하고, 조 전 장관이 실행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김 전 실장과 조 전 장관이 받고 있는 혐의는 2가지.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및 국회 증언감정법 위반(위증)이다. 특검은 지난 18일 이들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으며 21일 구속으로 이어졌다. 유진룡 전 문체부 장관은 23일 특검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 작심한 듯 “블랙리스트는 김기춘이 주도했다”고 폭로하면서 수사가 정점에 오르고 있다.
최 씨의 딸 정유라 씨의 이화여대 입시·특혜 의혹을 파헤친 점도 주요 성과로 꼽히고 있다. 정 씨가 이대를 부정한 방법으로 들어갔고, 출석 없이 학점을 받은 데 관여한 주요 인사들이 줄줄이 구속됐기 때문이다.
김경숙 전 신산업융합대학장, 남궁곤 전 입학처장, 이인성 교수, 류철균 교수 등이 구속됐다. 또 국회 청문회에서 ‘모르쇠’로 일관한 최경희 전 총장에 대해서도 특검이 22일 구속영장을 청구, 24일 법원의 영장실질심사를 가졌다.
반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최순실 씨, 대기업 총수 수사는 비교적 더디다.
특검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뇌물 공여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기각됐다. 이 부회장이 정 씨의 승마 지원을 한 배경에 대가성이 명확하지 않다는 법원 결정에 따른 것이다.
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것이란 의혹도 최 씨 및 박 대통령과의 연결고리를 현재로선 찾지 못했다. ‘이재용 부회장-최 씨-박 대통령’ 연결성을 찾기 위해 앞만 보고 달려온 특검이 첫번째 장애물을 맞이한 셈이다.
특검은 보강 수사를 통해 구속영장 재청구를 검토하고 있다. 앞서 황성수 삼성전자 전무를 불러 조사했다. 황 전무는 대한승마협회 부회장으로 정 씨에 대해 지원한 실무자다. 이에 대해 이규철 특검보는 “관련 조사가 끝나야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재청구를 고려할 수 있다”며 원론적인 답변에 그쳤다.
미르재단·K스포츠재단에 출연금을 낸 대기업에 대한 수사도 곧 착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법리 검토를 해온 만큼, 출연금을 낸 대기업 중 대가성 정황이 있는 곳부터 먼저 살펴보겠다는 게 특검의 방향이다.
특검은 전날 김응규 전 포스코 사장을 비공개로 소환, 최 씨의 인사 개입 여부를 조사했다. 또 특검은 최태원 SK 회장이 2015년 8·15 석방 과정에 대가성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다. 아직 대기업 총수 소환은 이뤄지지 않았으나 몇몇 그룹에선 특검 수사를 대비하고 있다.
국정농단의 핵심으로 꼽히는 최 씨는 강제소환될 예정이다. 최 씨는 지난해 12월24일 하루만 특검 소환 조사에 응한 후, 여섯 차례에 걸쳐 불응해왔다. 체포영장은 23일 저녁에 발부됐다. 특검은 오는 26일 최 씨를 체포해 소환할 것으로 보인다.
특검이 내달 초 대통령 대면조사를 계획하는 만큼, 특검 주변에선 최 씨에 대한 조사 시간이 많지 않다는 시각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최 씨의 공판과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증언 등을 종합해보면 최 씨가 국정농단의 키를 쥐고 있다는 분석에서다.
한 법조인은 “특검이 최 씨의 이번 조사를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김기락 기자 (people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