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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톡] 진정성 있는 울림, 안중근이 전하는 묵직한 '메시지'…뮤지컬 '영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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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이지은 기자] 죽음을 앞두고도 ‘동양평화’를 얘기한다. 무지막지한 일본 정권 앞에서도 무릎꿇지않고 되레 그들의 잘못된 점을 나열하며 목소리를 높인다. 

뮤지컬 ‘영웅’은 대한제국의 주권이 일본에게 완전히 빼앗길 위기에 놓인 1909년을 배경으로 두고 있다. 이 작품은 서른 살의 조선 청년 안중근(안재욱‧정성화‧양준모‧이지훈)의 일대기로, 그가 이토 히로부미(김도형‧이정열‧윤승욱)을 살해하고 사형에 처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공연은 자작나무숲에서 양준모와 동지 11인이 함께 하는 ‘단지동맹’ 넘버로 시작된다. 이들은 자작나무숲에서 대한의 독립을 꿈꾸며 손가락을 잘라 결의를 다진다. 첫 시작부터 강렬하다. 그리고 12명이 만들어내는 하모니는 어수선했던 장내 분위기를 순식간에 정리한다.

안중근의 이야기에는 명성황후 시해 당시 일본의 만행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명성황후의 마지막 궁녀를 연기한 정재은(설희)은 ‘당신을 기억합니다, 황후마마여’ 넘버에서 짧은 시간내에 모든 감정을 폭발시킨다. 슬픔부터 일본을 향한 분노, 그리고 애절함까지.

설희의 역할은 극 중에서 중요한 열쇠를 쥔 인물이다. 비록 실존한 인물은 아니지만, 명성황후 시해 장면을 목격한 유일한 생존자로 나오며, 이로 인해 독립운동에 투신할 뜻을 밝히는 인물이기도 하다. 정재은 배우는 섬세한 연기력과 폭넓은 음역대로 한과 아픔을 가진 인물 설희를 완벽하게 표현했다.

독립투쟁을 이끄는 양준모는 120분간 방대할 정도의 감정을 표현한다. 그리고 그 감정을 고스란히 관객들에게 전달한다. 특히 머나먼 타지에서 조국을 생각하며 독립만을 생각하는 ‘그날을 기약하며’ 넘버에서는 안중근의 의연하면서도 당당한 모습을 그대로 표현했다.

더욱이 안중근과 앙상블 팀이 표현하는 굳은 의지와 아름다운 하모니는 공연장을 가득 채우며 객석에서 우레와 같은 박수를 터지게 했다. 하지만 웃지 못 할 해프닝도 발생했다.

바로 이토 히로부미의 장면이 끝날 때마다 하나같이 약속이라도 한 듯, 박수는커녕 조용한 분위기를 유지했다. 몇몇 관객들이 치는 박수 소리가 민망하게 들릴 정도였으니 말이다. 이는 이정열 배우의 연기가 한 몫을 톡톡히 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영웅’은 메시지뿐만 아니라 뮤지컬의 보는 재미, 듣는 재미를 완벽히 연출했다. 스크린을 사용해 일본군과 독립군의 추격전을 긴박하게 표현했다. 비록 노래는 없었지만, 무대 전체를 누비며 다양한 춤을 사용하는 배우들의 움직임은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 또 하얼빈 역으로 향하는 기차 장면에서는 군더더기 없는 교차 편집이 사용돼 객석의 집중도를 계속해서 높였다.

공연 후반부로 갈수록 열기는 뜨거웠다. ‘영웅’의 손꼽히는 넘버이자, 안중근의 재판 장면이 나오는 ‘누가 죄인인가’ 넘버에서는 안중근이 이토 히로부미를 살해할 수밖에 없었던 15가지 이유와 그들을 되레 심판하는 내용이 엄청난 속도로 전개돈다.

아울러 사형을 앞둔 아들에게 수의를 직접 만들어 보낸 조마리아(임선애)의 독백에서는 모두들 눈시울을 붉혔다. 이어 ‘장부가’ 넘버로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표현한 양준모는 안중근이 영웅인 동시에 평범한 인간임을 드러냈다. 이 장면에서는 관객들 모두 눈물을 훔치기 바빴다.

뮤지컬 ‘영웅’ 실존인물 안중근과 가상인물 설희, 링링(허민진‧이지민), 왕웨이(황이건) 등을 통해 진정한 영웅을 표현한다. 그리고 영웅은 비범한 기질이 있는 사람이 아닌, 현재를 살아가는 그 누구나 ‘영웅’이 될 수 있다는 깊고 강한, 울림 있는 메시지를 전한다.

한편 뮤지컬 ‘영웅’은 오는 2월 26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을 이어간다.

[뉴스핌 Newspim] 이지은 기자 (alice09@newspim.com)·사진=에이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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