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TO 무용론, 친러시아, 이민장벽 등 집단반기
[뉴스핌= 이홍규 기자] 20일 제 45대 미국 대통령 취임식과 함께 도널드 트럼프 초대 행정부가 본격 출발한다. 상원 인준이 지체되며 취임 후 '반쪽 내각' 출범 가능성도 제기되지만 상원을 공화당이 다수 장악하고 있어 출범 자체는 어려움이 없어 보인다.
무엇보다 민주당의 '낙마 4인방' 중 대표 격으로 거론됐던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제프세션스 법무장관 지명자가 인준 청문회에서 자세를 낮추며 자질 우려를 불식했다.
히스패닉 계 인사가 단 한명도 없어 레이건 전 대통령 때부터 이어온 전통을 깨뜨렸다는 평가를 받는 트럼프 내각은 각료 대부분이 공직 경험이 부족한 탓에 트럼프의 '입맛 대로' 굴러갈 것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하지만 틸러슨을 비롯한 주요 내정자들이 청문회서 트럼프 정책에 집단 반기를 들면서 향후 트럼프 내각이 어떤 행보를 취할지 궁굼증을 자아내고 있다.
◆"NATO 구닥다리? 친(親)러시아? 말도 안돼"
우선 외교 안보 분야 인선을 되짚어 보면 트럼프의 외교 구상은 '러시아 포섭·중국 견제'로 이해된다. 그러나 미국 외교·안보 '투톱'인 틸러슨과 매티스 내정자는 "오늘날 러시아는 위험을 안겨주고 있다"고 발언하는 등 트럼프와는 반대 노선을 취했다.
틸러슨 지명자는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과 17년 지기로 러시아 정부로부터 우정 훈장까지 받은 인사다. 석유회사 엑손모빌 CEO(최고경영자) 출신인 틸러슨은 대표적인 친러 성향 인물로 분류돼왔다.
틸러슨은 트럼프 당선인이 '구닥다리'라고 혹평했던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대해서도 "신성한 상호 방위 보장"이라고 발언하며 트럼프와 다르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미친개'라는 별명을 가진 초강경파 매티스 국방장관 지명자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틸러슨은 중국 견제를 위한 러시아와 협력 가능성을 생각에 담아두고 있다고 발언해 '친(親)러시아'로 다시 방향을 틀 가능성도 열어놨다.
당분간 트럼프의 근육 과시는 중국과 북한에 집중될 공산이 크다. 이 점에서 틸러슨, 매티슨, 트럼프는 궁합이 잘맞다. 이들 모두는 전후 체제 이래 미국의 가장 큰 위험은 '러시아, 중국, 북한, 이슬람'에 있다고 발언하며 중국과 북한에 대한 초강경 외교 드라이브를 시사했다.
◆ "트럼프 이민장벽, 입국금지 효과없다"
초대 행정부의 사법 정책을 책임질 세션스 법무장관 내정자도 트럼프 정책을 놓고 '동상이몽' 중이다.
과거 잇단 인종차별주의적 발언으로 낙마 표적 1순위로 거론됐던 세션스이긴 하지만 그는 청문회에서 트럼프의 공약 중 하나였던 "물고문은 조지 W 부시 행정부 이래 불법"이라고 규정했고 트럼프의 무슬림 입국 금지 추진에 대해 "지지하지 않는다"면서 개인의 테러 가능성에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존 켈리 국토안보부 장관 지명자도 "물고문을 포함한 고문 금지 법을 절대적으로 준수하겠다"며 거리를 뒀고 트럼프가 불법이민을 막기 위해 멕시코 국경에 설치하겠다고 한 장벽에 대해서도 "물리적 장벽은 효과가 없을 것"이라며 의문을 표했다.
다만 트럼프 경제 라인의 투톱인 스티브 므누신 재무장관과 윌버 로스 상무장관은 트럼프의 '친기업', '미국 우선주의' 노선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이들 모두 공직 경험은 없으나 '시장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월가 출신 인물들이라는 평가에서다.
므누신 내정자는 18년간 골드만삭스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으며 윌버 로스는 로스차일드에서 24년간 재직한 뒤 각종 파산 전문 사모펀드를 운영해 월가에서 '파산의 왕'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특히 로스 내정자는 출범 직후부터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를 손보겠다고 천명하는 등 기존 미국의 전통 무역 기조에 변화를 줄 것임을 분명히 했다. 게다가 중국을 "세계 주요국 중 최고의 보호무역 국가"라고 칭하며 무역 긴장 수위를 점차 높이고 있다.
[뉴스핌 Newspim] 이홍규 기자 (bernard020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