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위주 정책과 약달러 공존 불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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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지난해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 이후 파죽지세로 오른 달러화에 대해 말을 아끼던 도널드 트럼프 당선자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너무 올랐다는 것.
달러화 <출처=블룸버그> |
강달러에 따른 미국 수출 업체들의 경쟁력 저하와 무역수지 악화에 대한 우려가 고조된 상황에 트럼프 당선자가 말하자면 ‘결자해지’에 나서면서 달러화가 17일(현지시각) 주요 통화에 대해 가파르게 떨어졌다.
하지만 국내외 기업들을 호령하며 해외 투자 계획을 좌절시킨 그가 달러화를 통제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날 뉴욕외환시장에서 6개 바스켓 통화에 대한 달러 인덱스가 1% 이상 떨어지며 장중 한 때 100.36까지 밀렸다.
달러/엔 환율이 112엔 선까지 하락, 엔화가 달러화에 대해 1% 이상 뛰었고 유로화와 파운드화도 각각 1%와 2.8% 랠리했다.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면서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장 초반 5bp 가량 밀렸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금 선물은 1.5% 급등하며 온스당 1200달러 선을 되찾았다.
트럼프 당선자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달러화가 지나치게 강하다”며 “달러화 강세가 미국을 죽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그는 달러화 랠리가 미국 경제 성장에 대한 기대보다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하에 따른 것이라고 판단했다.
달러화가 14년래 최고치로 뛴 가운데 최근 공약 이행에 대한 불확실성이 투자 심리를 압박한 데 따라 차익실현에 나섰던 트레이더들은 트럼프 당선자의 발언에 적극적인 ‘팔자’에 나섰다.
투자자들은 달러화의 단기적인 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트럼프 당선자의 강달러 비판으로 트레이더들이 ‘울고 싶은데 뺨 맞은 격’이라는 얘기다.
도널드 트럼프 <사진=AP> |
하지만 달러화의 추세적인 상승이 흔들리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트럼프 당선자가 3~4%의 성장 달성에 초점을 둔 정책을 약속대로 이행하는 동시에 달러화 가치를 통제할 수는 없다는 지적이다.
알리안츠의 스테판 호프리처 이코노미스트는 CNBC와 인터뷰에서 “거의 모든 통화에 대해 달러화가 고평가됐다”며 “최근 트레이더들의 ‘프로 달러’ 포지션이 극단적인 수위에 달했다”고 주장했다.
HSBC의 트레드릭 너브란드 자산 배분 글로벌 헤드는 마켓워치와 인터뷰에서 “이날 달러화의 하락은 구조적 반전이라기보다 일종의 잡음에 해당한다”며 “미국이 글로벌 주요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강력한 재정 측면의 경기 부양을 단행할 때 자금 유입이 당연한 수순이며, 이는 달러화를 끌어올리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라보뱅크의 피오트르 마티스 이머징마켓 전략가도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와 인터뷰에서 “대선 이후 달러화 상승이 지나쳤고, 조정이 불가피하다”며 “하지만 달러화 하락이 단기간에 종료된 후 랠리가 재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부 투자자들은 공화당의 국경세 개편에 대한 이날 트럼프 당선자의 발언에 주목하고 있다. 달러화의 강세 요인으로 꼽혔던 국경세 개편에 그가 트위터를 통해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자 트레이더들이 혼란스럽다는 표정을 짓고 있다.
내셔널오스트리아뱅크의 닉 파슨스 외환 전략 헤드는 CNBC와 인터뷰에서 “이번 국경세 관련 발언은 트럼프 당선자의 생각이 변했다는 사실을 명백하게 보여주는 단면”이라며 “달러화 향방도 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17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개막한 세계경제포럼(WEF)에서는 달러화가 강한 랠리를 지속할 경우 미국을 필두로 전세계 경제가 멕시코와 흡사한 위기를 맞을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악셀 베버 UBS 회장은 다보스 포럼의 패널 토론에 참석해 “달러화가 강세 흐름을 지속할 경우 4조5000억달러 규모의 달러화 표시 신흥국 채권시장을 포함해 주요 자산시장으로 충격이 확산될 것”이라며 “멕시코와 흡사한 형태의 위기 가능성이 잠재된 상황이며, 기축 통화의 대체가 이에 대한 궁극적인 해결책”이라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