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통위원-기자단 간담회 횟수 늘렸지만, 질문 안 받는 기존 틀 유지
효과 의문 우려 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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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허정인 기자] 한국은행이 시장과의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금융통화위원-출입기자단 오찬간담회 횟수를 늘린다. 다만 기존의 오프더레코드 형식을 유지하고, 금통위원 간 양해각서도 체결한 것으로 알려져 소통 강화의 목적을 이룰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된다.
17일 한은에 따르면 최근 금통위원들은 통화정책과 관련된 내용을 발설할 수 없도록 양해각서를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통 공백을 메우기 위해 금통위원 오찬간담회 횟수를 늘렸지만 이같은 제약을 뒀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2017년 제1차 금융통화위원회에 참석해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사진=뉴시스> |
내달 1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들이 새해 첫 기자간담회를 연다. 분기마다 하던 것을 격월로 좁혀 2월에 첫 간담회가 열리게 됐다. 이주열 한은 총재를 제외하고 고승범 신인석 이일형 조동철 함준호 위원 등 5명의 금통위원이 참석한다. 장병화 부총재의 참석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다.
한은이 '2017년 통화신용정책 운영방향'에서 밝힌 바와 같이 시장과의 소통강화를 위해 이처럼 간담회 횟수를 4회에서 6회로 늘렸다. 올해부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 횟수가 기존의 12회에서 8회로 줄어들기 때문에 금통위원 간담회 횟수를 늘려 소통 공백을 메우기로 했다.
반장(금통위원 중 선임)만 할 수 있던 모두발언 기회도 모든 위원들이 나눠 갖는다. 새해부터 반장을 맡은 이일형 위원을 시작으로 4월, 6월에 이어 짝수 달에 차례대로 위원들이 모두발언에 나선다.
하지만 기존의 형식은 유지한다. 모두발언은 보도할 수 있지만 나머지 내용은 비보도로 진행된다. 한은이 '검토 중'이라고 알린 세미나 형식, 즉 '금통위원이 통화정책방향과 직접 관계가 없는 주제에 대해 강연하고 기자들의 질문을 받는 방안'은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간담회 횟수가 늘고 10분 남짓의 모두발언 기회가 늘어난 것을 제외하면 이전과 별반 차이가 없는 셈이다.
더군다나 양해각서도 새로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통화정책방향이나 이를 암시하는 발언을 할 수 없도록 금통위원 간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규정을 만들기 위해 각국의 금리결정 제도를 샅샅이 검토한 사실도 나타났다.
한은 관계자는 "해당 규정을 만들기 위해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비롯해 유럽중앙은행, 일본은행 등을 일일이 분석했다"면서 "FOMC의 경우 지역 연방준비은행 총재들은 강연이나 인터뷰 등으로 활발하게 활동하지만 이들은 투표권이 순번제로 돌아가는데다 책임감도 가벼운 반면, 고정투표권을 지닌 연방준비제도 이사들은 발설을 자제하는 조항이 있어 이를 참고했다"고 설명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13일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 이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시장과 국민과의 소통을 훨씬 강화하겠다"면서 "정책의 투명성과 예측가능성을 높이고 정책 시그널링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을 향한 시장의 평은 엇갈린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은은 기관 특성상 정책 여력을 확보해야 하는 측면이 있고 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경우 다른 나라와 분쟁의 대상도 될 수 있어 이 정도 설명이면 충분한 것으로 본다"며 "그런 고려 없이 더 분명한 태도를 원하는 것은 과도한 기대"라고 평했다.
반면 김진평 삼성선물 연구원은 "올해부터 금통위가 연 8회로 축소되기 때문에 어느 때보다 소통 강화가 필요한 때였으나 통화정책방향 발표문에 경제전망을 구체화한 것 외에는 특별한 것이 없었다"며 "금통위 논의 내용을 충분히 전달할 필요가 있었음에도 의사록을 통해 뒤늦게 알게 된 지난 5월(사실상 소수의견 출회), 12월(재정지출 강화 필요성)과 비슷한 상황이다"라고 지적했다.
[뉴스핌 Newspim] 허정인 기자 (jeongi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