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무 가격 급등에 분식코너 반찬 인심 사나워져
[뉴스핌=이에라 기자] 서울 은평구에 거주하는 30대 직장인 윤동훈씨는 지난 주말 동네 대형마트 분식코너에 들렀다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분식코너 앞에 난데없이 '오뎅만 드실 손님은 김치랑 단무지 등 반찬을 이용하실 수 없습니다'라는 공지가 붙은 탓이다. 한 개에 500원하는 오뎅만 먹는 손님에게는 반찬을 줄 수 없다는 얘기다.
윤씨는 "주말에 장을 보다 출출할 때면 분식코너에서 오뎅 3~4개로 배를 채웠는데, 공지문을 보고 나서는 오뎅만 먹는게 눈치가 보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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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농산물 가격이 급등하면서 생겨난 풍경이다. 배추와 무 등 주요 농산물 값이 평년보다 2배 가까이 뛰면서 밑반찬으로 나오는 김치나 단무지 역시 몸값이 귀해지고 있다.
17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가격통계에 따르면 전날 배추 1포기의 소매 평균가격은 4108원으로 1년전 2277원 보다 80% 이상 급등했다.
이는 평년 가격은 1958원보다도 2000원 이상 인상된 것이다. 전국 최고 가격은 1포기에 5000원에 달한다.
도매값도 1kg당 평균 1040원으로 1년전 대비 108%나 급등했다.
무값 역시도 큰 폭으로 뛰었다. 무 1개의 소매가는 평균 2687원으로 1년전 1329원 대비 102% 이상 뛰엇다. 평년 가격인 1233원 보다도 2배 이상 높은 가격이다. 전국 최고 값은 3000원에 달한다. 무 도매가격은 20kg당 1만9400원으로 1년전(8750원) 대비 급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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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여름 폭염에 이어 가을 태풍 등으로 작황 부진이 이어진 탓에 배추나 무값 등이 크게 오른 것이다. 다른 채소류도 크게 다르지 않다. 양배추 1포기의 경우 5120원으로 1년 전(2389원)보다 114% 이상 급등했다. 당근도 1kg당 5796원으로 전년 2505원 대비 130% 이상 뛰었다.
무나 배추, 당근 등 밑반찬에 들어가는 재료들이 가격이 오르자 가계를 포함한 식당들도 부담이 되고 있다. 반찬 리필을 제한하거나 일정 금액 이상 식사를 하지 않는 손님들에게는 밑반찬도 제공하지 않기로 한 것.
중랑구에 거주하는 한 40대 주부는 "장을 볼 때면 '월급만 빼고 다 올랐다'는 말을 실감할 정도로 안오른게 없다"며 "식당에서도 재료값이 부담될 것이라는걸 알면서도 넉넉히 반찬을 주던 인심까지 야박해진것 같아서 아쉽다"고 설명했다.
정부도 설을 앞두고 배추와 무 등을 대량 공급해 물가잡기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설 연휴 전날까지 무와 배추 각각 2000톤, 3000톤을 소매유통처에 우선 공급키로 했다. 이후 김치가공업체 등 대량 수요처로 공급을 넓힌다. 소매 시장에 풀린 이들 가격은 시중보다 40~50% 가량 할인된다. 무는 1개당 1500원, 배추는 포기당 2500원에 판매될 예정이다.
[뉴스핌 Newspim] 이에라 기자 (ER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