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 피의자 신분으로 12일 소환
태블릿PC에 약 100개 이메일..“삼성 지원금이 독일에서 사용된 내역 등 포함”
[뉴스핌=김기락 기자]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을 수사 중인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최근 최 씨의 조카인 장시호 씨로부터 넘겨받은 최 씨의 태블릿PC에 삼성과의 이메일 송수신 내역을 확보, 이재용 부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12일 소환하기로 했다.
특검은 이 태블릿PC의 사용자 이메일이 최 씨로 확인된 만큼, 충분한 증거가 되는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 부회장을 참고인 신분이 아닌, 피의자로 소환한다는 게 특검 주변의 분석이다. 다만, 특검은 태블릿PC와 이 부회장의 피의자 신분을 직접 연결짓는 것에 대해선 관계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규철 특검보는 11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 사무실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이 부회장을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12일 오전 9시30분에 소환한다”며 “(구속영장 청구를 포함해) 모든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말했다.
이 특검보는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조사가 끝나고 (이 부회장을 포함해) 삼성 관계자들을 일괄 사법처리할 것”이라며 사법처리를 시사했다. 앞서 최지성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부회장)과 장충기 미전실 차장(사장)은 지난 9일 특검에 소환돼 밤샘 조사를 받은 바 있다.
그러면서 “태블릿PC에는 약 100여개의 이메일이 있는데, 내용은 최 씨의 코레스포츠(현 비덱스포츠) 설립 과정과 삼성이 독일로 보낸 지원금 등이다. 지원금이 독일에서 사용된 내역, 세금 처리 내용 등도 이메일에 있다”며 최 씨와 삼성과의 거래 내용을 일부 밝혔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2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청문회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
장 씨가 특검에 제출한 태블릿PC가 중요한 이유는 장 씨가 삼성으로부터 지원 받은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장 씨는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과 공모해 자신이 운영하는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삼성전자가 16억원을 후원하도록 강요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이 특검보는 이와 관련, “태블릿PC는 이메일 송수신 내역에 삼성 관계자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다른 사람도 있다”면서 “(삼성이) 독일에 지원한 돈의 사용 내역이 주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그동안 최 씨가 특검 소환 조사에 불응하는 것과 달리, 장 씨는 거의 매일같이 소환 조사를 받아왔다. 장 씨는 지난해 12월 2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 심리로 열린 첫 공판준비기일에 서도 해당 혐의를 시인했다.
특검이 이재용 부회장을 소환하기로 하면서, 특검 주변에선 이 부회장을 비롯해 최지성 부회장, 장충기 사장 등에 대한 사법처리 수위에 대해 가장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특검은 삼성에 대해 뇌물죄 및 뇌물공여죄 등 혐의에 무게를 두는 만큼, 사법처리를 피하긴 어렵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또 특검은 이 부회장이 지난해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허위 증언 등을 했다는 이유로 고발했다.
이와 함께 특검은 이 부회장이 국민연금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찬성’에 따른 대가 등으로 최 씨 또는 최 씨의 딸 정유라 씨의 활동에 지원했다고 보고, 이부분도 집중 추궁할 방침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특검이 일괄 사법처리를 예고한 것을 보면 내부적으로 윤곽을 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규철 특검보가 최순실 씨의 조카인 장시호 씨가 특검에 넘긴 태블릿PC를 11일 공개하고 있다<사진=뉴시스> |
[뉴스핌 Newspim] 김기락 기자 (people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