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국방백서' 발간…"HEU프로그램·핵탄두 소형화 상당 수준"
사드로 한·중 교류협력 '확대' 의지 빠져…한일 군사협력도 기술
[뉴스핌=이영태 기자] 북한이 핵탄두를 만들 수 있는 물질인 플루토늄을 50여㎏ 보유하고 있으며, 고농축우라늄프로그램(HEUP)과 핵탄두 소형화 기술도 상당한 수준에 도달한 것으로 평가됐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 <사진=뉴시스> |
국방부는 11일 북한 군사동향과 한국 군의 대비태세를 담은 '2016 국방백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국방백서는 2년마다 발간되며 박근혜 정부에선 '2014 국방백서'에 이어 두 번째다.
백서는 북한이 평안북도 영변 핵시설에서 수 차례의 폐연료봉 재처리 과정을 통해 플루토늄을 50여㎏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지난 2008년 국방백서에서 40여㎏으로 추정한 플루토늄 보유량이 8년 만에 10㎏ 늘어났다.
국방부 관계자는 "영변 원자로의 가동 및 정지 시점, 폐연료봉 재처리 동향과 핵실험으로 소모한 양 등을 고려해 플루토늄 보유량 추정치를 계산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한미 감시자산인 위성정보 등을 통해 북한의 원자로 가동 상태, 정비 시기 등 요소들을 평가, 분석해 한미가 이 같은 추정치를 내놨다고 설명했다.
핵무기 1개를 만드는 데 4~6kg의 플루토늄이 소요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북한은 최대 12개 정도의 핵폭탄을 제조할 수 있는 플루토늄을 확보하고 있는 셈이다.
'2016 국방백서'는 북한이 플루토늄 외에 추가로 핵물질을 얻기 위해 진행해온 고농축우라늄프로그램(HEUP, Highly Enriched Uranium Program)도 상당한 수준으로 진전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2년 전에는 'HEU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고만 기술했었다.
국방부 관계자는 '상당한 수준'이라고 평가한 이유에 대해 "북한이 HEU를 확보하기 위해 굉장히 노력해온 점과 시간의 경과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원심분리기 등을 이용해 은밀하게 이뤄지는 우라늄 농축의 특성상 북한의 HEU 보유량 추정치는 내놓지 못했다.
핵탄두 소형화 기술에 대해서도 '상당한 수준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는 2년 전 기술을 유지했다.
북한의 장거리미사일 능력에 대한 평가는 2년 전보다 후퇴했다. 이번 백서는 '북한은 미국 본토를 위협할 수 있는 장거리미사일을 개발하기 위해 대포동 1·2호를 발사하고…"라고 기술했다. '2014 국방백서'에서는 '북한은 미국 본토를 위협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는데, 이번에는 아직 개발이 완료되지 못한 것으로 평가한 것이다.
국방부는 "북한이 무수단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실전배치한 것으로 추정했는데, 무수단미사일이 거듭 실패한 것으로 볼 때 시험발사를 하지 않은 ICBM도 수준을 평가하기 어렵다고 본 것"이라고 언급했다.
백서는 지난해 북한이 집중 시험발사하며 큰 위협으로 부각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에 대해 "북한은 시험발사를 4차례 공개하는 등 SLBM 개발을 지속하고 있다"면서 "향후 추가 시험발사, 잠수함 작전능력 구비를 위해 국가적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적시했다. SLBM 위협이 국방백서에 적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국방백서는 북한 사이버전 인력이 6800여 명으로, 2년 전보다 800여 명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며 새로운 북한의 안보위협으로 사이버 공격 및 테러 위협을 처음 명시했다. 북한 소행으로 추정된 국방망 해킹사건으로 사이버 안보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 북한군 전체병력 8만명 증가한 128만여 명…육군 군단 2개 증가
최근 북한군 동향과 관련, 백서는 북한이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치적 과시용 건설 임무를 전담하는 공병 군단과 도로건설군단 등 군단급 부대 2개를 인민무력성 산하로 개편 창설했다고 기술했다.
병력은 육군 8만명과 전략군 1만명이 각각 늘었으나 공군은 1만명이 줄어 전체 병력은 8만여 명 증가한 128만여 명으로 평가됐다. 해군은 6만여 명으로 변동이 없었다. 전략군 1만여 명이 새로 포함됐다.
군단급 부대는 15개에서 17개로, 사단급 부대는 81개에서 82개로 각각 늘었다. 군단 2개가 늘어난 것은 인민보안성 7·8총국이 각각 공병군단과 도로건설군단으로 개편돼 인민무력성 산하로 소속이 변경됐기 때문이다. 남측 경찰과 같은 인민보안성의 7·8총국을 군대 조직으로 개편해 인민무력성 소속으로 바꾼 것이다.
군 관계자는 "인민무력성 산하로 개편 창설된 공병군단과 도로건설군단은 '김정은 치적 과시용' 건설을 전담하는 부대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북한이 김정은 치적 과시용 건설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보다 일사불란한 지휘체계가 필요한 것으로 판단했을 것"이라며 "건설 자재 조달이나 건설 능력을 인민보안성보다는 군이 더 많이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군으로 편성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공군 방공부대(1만여명)가 육군으로 바뀌면서 육군 사단 1개가 늘었다.
이번 백서는 북한 탄도미사일 전력과 관련해 사거리가 1000㎞로 늘어난 '스커드-ER' 미사일 배치를 처음 명기했다. 한·미 양국은 지난해 9월5일 발사한 탄도미사일을 노동미사일 개량형으로 판단했으나 이후 최종 분석을 통해 스커드-ER로 평가했다.
군 관계자는 "스커드-ER의 존재가 지난 9월 이후 확인됐기 때문에 한미가 그렇게 평가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북한이 미국 본토를 위협할 수 있는 장거리미사일을 개발하기 위해 2012년 이후 ICBM급(대륙간탄도미사일급)의 KN-08을 3차례, KN-14(개량형)를 1차례 대외 공개했으며,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 개발도 지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방백서에 ICBM,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이 언급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방백서는 북한이 "핵탄두 등 다양한 핵 투발수단을 과시했다"며 '핵탄두'라는 용어도 처음 사용했다. 백서는 별도 설명을 통해 "북한이 공개한 소위 '핵탄'은 내폭형 핵분열탄의 일반적인 형태로 보이나, 모형 또는 실물 여부 판단은 제한된다"고 평가했다.
군 관계자는 "북한은 ICBM을 아직 완성하지 못했으며 신뢰할 수준에는 이르지 못했다"면서 "SLBM의 실전 비행 능력 완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 사드 배치로 한·중 국방교류협력 소극적 기술…한일 군사협력도 언급
'2016 국방백서'는 한·중 국방교류협력에 대해 과거보다 소극적으로 기술했다. 한미 양국이 추진 중인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로 인한 양국 간 갈등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번 백서는 한중 국방교류협력에 대해 "한중 양국은 성숙한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에 부응하도록 국방 교류협력을 '지속함으로써'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2년 전 백서에서는 "한중 양국의 성숙한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에 부응하도록 중국과의 국방 교류협력을 '지속적으로 확대함으로써'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기술됐다. 대부분 비슷하지만 2년 전과 비교해 '확대'라는 키워드가 빠졌다.
한일관계와 관련, 백서는 지난해 발표된 한일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GSOMIA) 등을 기술하면서도 "일부 일본 정치지도자들의 퇴행적 역사인식과 독도에 대한 부당한 영유권 주장 등은 양국 관계가 미래지향적으로 나아가는 데 장애요소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앞으로도 독도에 대한 일본의 부당한 주장에 대해서는 단호하고 엄중하게 대처하는 한편, 북핵·미사일 위협 등 주요 안보현안에 대해서는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지속적으로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드 배치에 대해선 본문에서 '북핵·대량살상무기 위협 대응능력 강화'의 하나로 다룬 데 이어 특별부록으로 사드 배치 및 부지 결정 과정, 군사적 효용성, 사드 레이더의 안전성, 향후 계획 등에 대해 자세히 서술했다.
그러나 사드 배치 부지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경북 성주군민의 반발이나 중국의 반대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한일 GSOMIA도 마찬가지다. 특별부록으로 추진경과, 주요 내용, 기대효과, 향후 계획 등은 자세히 다뤘지만, 여론의 지지를 받지 못한 점 등은 기술하지 않았다.
◆ '2016 국방백서' 어디서 볼 수 있나?
'2016 국방백서' 전문은 국방부 홈페이지에서 e-북의 형태로 열람과 다운로드가 가능하다. 국회와 정부기관, 연구소, 도서관 등에는 이달 중 책자로 배포된다.
국방부는 "'2016 국방백서'는 1967년에 최초 발간된 이래 22번째로 발간되는 백서로 총 7장의 본문과 6개의 특별부록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다양한 국방 관련 자료를 일반부록으로 첨부하였다"고 소개했다.
이번 국방백서는 처음으로 영어, 일어, 중국어, 러시아어, 스페인어, 아랍어 6개 언어로 요약본이 만들어져 주한 외국무관부와 재외 무관부 등에도 배포될 예정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외국어 요약본 발행 배경에 대해 "작년에 15페이지 분량의 '2014 국방백서'의 영문 요약본을 제작해 배포한 결과, 의외로 반응이 좋았고 영어권 이외 국가에서도 요청이 와서 이를 확대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른 나라에 우리나라 국방정책을 올바로 홍보하고 국방정책의 투명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본다"며 "우리 군의 유엔 평화유지활동(PKO)이나 한반도 안보상황, 북한의 군사력 평가 등 다른 나라에서 관심을 가지는 사안들을 요약본에 담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이영태 기자 (medialyt@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