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결수' 사복 착용 가능...이달부터 수형자도
[뉴스핌=김범준 기자] 30일 오전 10시 김종덕(59)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장시호(37·구속기소) 최순실 씨 조카, 김종(55·구속기소)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이 차례로 박영수 특검팀 사무실로 출석했다. 같은 시각 출석 예정이었던 안종범(57·구속기소) 전 청와대 정책수석은 건강상의 이유로 이날 오후에 출석했다.
국정농단 최순실씨의 조카 장시호씨가 30일 서울 강남구 특검사무실에 조사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사진=이형석 사진기자> |
이날 출석 과정에서 유난히 장시호 씨가 눈에 띄었다. 구치소에 갇힌 몸인데도 검정색 패딩점퍼를 입은 사복차림으로 나타났다. 수의를 입고 포승줄에 묶여 나타난 김종 전 차관과 극명히 대비되는 모습이었다. 취재진에게 노출을 최소화하기 위해 호송인력이 몸으로 가려주기도 했다.
같은 미결수용자 처지인 최순실(60) 씨, 차은택(47) 광고감독, 송성각(58) 전 콘텐츠진흥원장도 마찬가지로 수의를 입고 각각의 준비기일 재판에 나타난 바 있다. 안 전 수석과 지난 29일 긴급체포된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 역시 수의를 입고 특검에 출석했다.
‘비선 실세’ 최순실 씨 최측근인 차은택이 29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2차 공판준비기일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이형석 사진기자> |
장시호 씨가 특별대우 받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들 수 있다. 현행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약칭 형집행법)'에 따르면 '미결수용자는 수사·재판·국정감사 또는 법률로 정하는 조사에 참석할 때에는 사복을 착용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미결수용자'란 형사피의자 또는 형사피고인으로서 체포되거나 구속영장의 집행을 받아 교정시설(구치소)에 수용된 사람을 말한다.
지난 2015년 12월 헌법재판소가 '수형자'의 사복 착용을 금지한 형집행법 88조를 '헌법불합치' 결정함에 따라, 수형자 역시 '다른 형사사건' 재판에 출정할 때 본인이 원하면 사복 착용이 이달 2일부터 가능해졌다.
'수형자'란 징역형·금고형·구류형이 확정돼 교정시설(교도소)에 수용된 사람과, 벌금·과료를 내지 않아 노역장 유치명령을 받아 교정시설에 수용된 사람을 말한다.
따라서 구속기소된 미결수는 구치소 안에서는 수의를 입는 것이 원칙이지만, 조사 등의 이유로
외출할 때에는 의무가 아니다.
그렇다면 모두 사복을 선택할 것 같은데, 실제 수의를 입은 모습이 언론에 상당히 노출된다. '무죄 추정의 원칙'이 적용되는 미결수가 재판 전에 자칫 범죄자로 낙인 찍혀버릴 위험 부담도 있는데도, 수의를 택하는 이유가 궁금하다.
공인(公人) 등 언론의 주목을 받는 미결수들은 보통 수의를 입고 포승줄이 묶인 모습을 전략적으로 노출하는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초라한 수의 차림의 반성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국민의 측은한 시선과 동정을 유도해 낼 수 있다.
이를 통해 우호적인 여론을 형성하는 동시에 재판의 양형 결정에 있어서 감형을 기대하는 효과도 있다는 것이다.
결국 이날 특검에 소환된 장시호 씨의 사복 출석은 특혜가 아닌, '미결수'가 누릴 수 있는 권리이자 본인의 선택인 것이다. 장시호씨가 수의를 끝까지 거부하는 것은 혹시 수의입은 초라한 모습을 보이기 싫어서 그러는 것은 아닐까.
장씨는 그녀가 설립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후원금 마련을 위해 삼성그룹과 그랜드코리아레저(GKL) 등을 압박한 혐의에 대해서 "강요는 없었다"며 줄곧 당당한 모습을 보여왔다. 이날 역시 "나는 죄가 없다"는 뜻으로 당당하게 사복을 입고 특검 조사에 출석한 것은 아닐까.
[뉴스핌 Newspim] 김범준 기자 (nunc@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