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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JTBC 뉴스 캡처, 뉴시스> |
깜깜한 국정농단 속 한 줄기 웃음, 정치 참여로 선순환까지…풍자와 해학 담은 '드립'이 다했다
[뉴스핌=양진영 기자] 최순실 게이트가 열리고 국정농단의 충격, 대통령 탄핵 정국 속에도 한 줄기 웃음은 있었다. 그간 메말랐던 정치 풍자의 봇물이 다시 터져 나왔다. 정치에 지대해진 관심이 정치적 행동, 후원까지 이어지는 선순환으로도 이어진다.
3차에 걸친 대통령 담화의 말부터 국회의원의 말 한마디, 행동에 이어 외모까지 모두의 입에 오르내린다. 2016년 가을, 겨울을 뒤덮은 국정농단 속에 촛불을 들고 광장에 나가는 시민들도, 온라인상의 네티즌들도 뜻밖의 신선한 풍자와 해학으로 웃지 못할 현실 속 작은 웃음을 주고 있다.
특히 이 '드립'으로 시작된 관심이 정치인, 현재 정치에까지 관심과 영향을 갖게 한다는 점에서 들여다볼 만 하다. 정치인들의 SNS는 물론, 누군가의 소행으로 국회의원들의 개인 휴대폰 번호까지 유출되면서 다이렉트로 의사 표현이 가능해졌다. 국정조사 도중 제보를 하거나, 정치인과 사적으로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는 직접 소통이 실생활과 멀어 보였던 정치를 가깝게 다가오게 했다.
◆ '이러려고 ㅇㅇ했나' '이정현 장 지진다' 패러디 봇물
국정농단 발 '드립'(애드리브의 줄임말로, 한 가지 용어나 행동을 계속해서 재생산하며 웃음을 유도하는 방식을 뜻하는 은어) 중 단연 가장 흥한 말은 대통령이 2차 담화에서 말했던 '이러려고 대통령했나 자괴감 들고 괴로워'다. 담화 이후 한 달 여가 지났지만 일상과 예능 프로그램, 신문 기사 제목에 가장 다양하게 쓰이는 문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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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YTN 뉴스 캡처, 온라인 커뮤니티> |
두 번째로 흥한 발언은 이정현 새누리당 전 대표의 '장 지진다'는 말이다. 이정현 전 대표는 '야당이 탄핵을 하면 장 지지겠다'라고 했던 말이 곡해된 것이라며 뒤늦게 해명했지만 대통령 탄핵이 국회에서 압도적으로 가결되며 '장은 언제 지지냐'는 지적이 SNS에 물밀듯이 제기됐다. 심지어 추미애 민주당 대표가 이정현 전 대표의 단식 당시 방문한 사진에 '장을 지지러 왔다'는 글자를 삽입한 합성사진까지 떠돌았다.
현 정권의 잘못이 명백한 국정농단 시국인 만큼, 야당 국회의원들에게는 SNS 팔로워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그러면서 '드립' 전문 계정도 다수 생겨났다. 기존의 '정치짤방' 등의 계정이 인기를 얻었지만 최근엔 더불어 민주당 대선 주자인 안희정 충남 도지사를 지지하는 '안희정의 잘생긴 모험'이나, 더불어 민주당 추미애 대표의 '만주당 느와르메이커 추미애' 등 다양한 계정들이 지친 네티즌의 웃음을 담당 중이다.
◆ 드립으로 시작된 관심이 현실 정치로…직접 소통→후원계좌 마감 '선순환'
정치인의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이 쏠리고, 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까지 전대미문의 화제가 되고 보니 야당 뿐만 아니라 여당 의원들 역시 수혜자가 됐다. 대표적인 인물이 장제원 의원과 하태경 의원. 그 중에서도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탄핵 반대 리스트 공개 문제로 언성을 높인 적 있는 장제원 의원이 국정조사 질의에서 두각을 드러내며 호평받았고, SNS로도 좋은 반응이 쏟아졌다. 장 의원은 일일이 네티즌과 소통하는 시간을 종종 갖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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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박주민 의원 페이스북> |
특히 직접적인 수혜자가 된 야당 의원들은 속속 후원계좌가 가득 차 후원을 마감하기에 이르렀다. 세월호 변호사로 알려진 '거지갑' 박주민 의원, 표창원 의원, 진선미 의원, 국정조사 특위의 손혜원 의원과 안민석 의원의 후원계좌가 꽉 찼다. 정치인의 말과 행동을 '드립'으로만 소비하지 않고 직접 정치에 참여하는 실천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게 '드립'의 선순환이라 할 만 하다.
전례가 없는 충격적인 국정농단 사태지만, 다행스럽게도 많은 이들은 씁쓸한 상황을 풍자와 해학으로 웃어 넘기면서도 정치인들을 예의주시하는 걸 잊지 않고 있다. 위기에 처한 시국에서 바른 행동을 하는 국회의원과 아닌 이들을 명확히 구분하고 있다는 의미다. 잘하는 이들에겐 칭찬과 후원이, 못하는 의원에게는 혹독한 질타와 전화, 문자 세례가 폭주한다.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이 국민의 눈치를 제대로 살필 수 있게 기능하게 됐다는 게 이번 사태의 유일한 의미다.
[뉴스핌 Newspim] 양진영 기자 (jyya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