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하반기 SBS에서 방영된 드라마들 <사진=SBS> |
[뉴스핌=이현경 기자] SBS가 ‘드라마 왕국’의 자존심을 지켰다. 상반기에는 바닥을 치던 SBS가 하반기에 ‘닥터스’를 시작으로 ‘낭만닥터 김사부’와 ‘푸른바다의 전설’까지 대박을 터뜨리면서 ‘SBS 드라마 전성시대’를 다시 이끌었다.
올해 SBS 상반기 드라마는 총체적 난국이었다. 미니시리즈와 주말드라마까지 모두 시청률이 하락세를 탔다. 문제의 원인을 꼽자면 불운한 대진표다. 하필이면 대작으로 꼽히는 KBS 2TV ‘태양의 후예’와 ‘돌아와요 아저씨’가 맞붙었고, 결과는 ‘돌아와요 아저씨’의 참패였다. ‘태양의 후예’가 3회 만에 시청률 20%를 찍고, 마지막회서 38.8%로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는 동안 ‘돌아와요 아저씨’는 6.6%로 시작해 최저 시청률 2.6%로 막을 내렸다. 정지훈과 오연서의 열혈 코믹 연기와 탄탄한 대본 덕에 승승장구할 것으로 점쳐졌으나 ‘태양의 후예’의 거센 열풍앞에 맥없이 쓰러졌다.
주말드라마 SBS ‘애인있어요’도 ‘자체 최고 시청률 제조기’ MBC ‘내딸 금사월’에 밀렸다. 설상가상으로 ‘가족드라마의 대가’ 김수현 작가의 ‘그래 그런거야’도 MBC ‘가화만사성’을 앞지르기에 역부족이었다. ‘애인있어요’와 ‘그래 그런거야’ 모두 화제성과 호평이 이어졌지만 동시간대 시청률 확보는 쉽지 않았다.
‘달의 연인 보보경심 려’ 역시 KBS 2TV ‘구르미 그린 달빛’과 상대가 안됐다. ‘달의 연인 보보경심 려’는 이준기와 아이유, 강하늘, 그리고 주목받고 있는 신예들이 대거 참여했지만 tvN ‘응답하라 1988’ 이후 상승 가도를 달리고 있는 박보검 앞에서 기를 못 폈다. ‘구르미 그린 달빛’은 최고 23.3%, ‘달의 연인’은 마지막회에서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지만 ‘구르미’의 절반인 11.3% 수준이었다.
하지만 굴욕은 여기까지 였다. SBS는 하반기 들어 작정한 듯 대작을 꺼내놓았다. ‘닥터스’와 ‘질투의 화신’ ‘낭만닥터 김사부’ ‘푸른바다의 전설’로 SBS가 월화, 수목 밤을 점령했다. 연기력과 대중성까지 있는 배우들, 그리고 유명 작가‧연출진이 제대로 만났다.
KBS 2TV '태양의 후예'에 밀린 SBS '돌아와요 아저씨', MBC '가화만사성'에 밀린 SBS '그래 그런거야' <사진=KBS, MBC, SBS> |
SBS는 월화드라마의 심폐 소생을 위해 ‘SBS 공무원’ 박신혜를 소환했다. 박신혜의 밝은 에너지가 드라마에 잘 녹아들었고 스스로 연기의 틀에서 벗어나겠다던 남다른 각오로 ‘닥터스’에 뛰어들었던 박신혜의 노력의 결과가 나타났다. 여기에 10년 만에 로맨틱 코미디로 돌아온 김래원의 연기가 빛을 발하면서 드라마는 탄력을 받았다. ‘닥터스’는 최고 21.3%를 기록했다.
‘불패 신화’ 공효진도 SBS 편성에 탑승했다. ‘공블리’ 공효진은 아나운서의 꿈을 꾸는 기상캐스터 표나리를 맡았다. 자신의 직업에 대한 남다른 애정이 있고, 가끔 비굴하지만 씩씩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며 여성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공효진 못지않게 ‘질투의 화신’의 매력을 끌어올린 주인공은 배우 조정석. 특유의 현실감 넘치는 연기, 찌질하지만 사랑스러운 ‘질투남’ 이화신의 모습을 마치 제 옷을 입은 듯 안성맞춤형 연기를 구사해 주목받았다. 이 덕에 ‘질투의 화신’은 13.2%로 최고 기록을 세웠다. 여기에 서숙향 작가의 필력과 박신우 감독의 소위 말하는 ‘약 빤’ 연출이 제대로 힘을 내면서 프로그램의 흥행에 속도를 냈다.
'닥터스'에 출연한 박신혜와 김래원(위), '푸른바다의 전설'의 이민호와 전지현 <사진=SBS PD노트> |
특히 ‘낭만닥터 김사부’와 ‘푸른바다의 전설’은 현재 평일 밤 시청자들을 무장해제하고 있다. ‘낭만닥터 김사부’는 방송 8회 만에 20% 돌파, 12회에서 21.7%로 자체 최고 기록을 세우며 적수 없는 신화를 쓰고 있다.
‘낭만닥터 김사부’는 올해 tvN ‘또 오해영’으로 주목받은 배우 서현진, 베테랑 배우 한석규와 20대 연기파 배우 유연석이 의학드라마의 새 역사를 쓰고 있다. 여기에 KBS 2TV ‘제빵왕 김탁구’ ‘가족끼리 왜이래’ 등을 집필한 강은경 작가의 구성이 드라마 흥행에 힘을 보태고 있다.
첫 회부터 16.4%, 8회에서 18.9%로 자체 최고 기록을 찍은 ‘푸른바다의 전설’은 한류스타 이민호와 전지현의 연기력과 케미로 승부수를 띄웠다. 흥행보증수표 박지은 작가의 필력과 SBS ‘주군의 태양’과 ‘닥터 이방인’을 연출한 진혁 감독의 영상미가 어우러져 판타지 로맨스를 보는 재미를 더하고 있다. 동시간대 방송하는 KBS 2TV ‘오마이금비’와 MBC ‘역도요정 김복주’와 무려 10% 이상 격차를 보이고 있다. 이제는 시청률 20%를 책임질 일만 남은 상황이다.
2016년 SBS는 짜릿한 뒷심을 발휘하며 ‘드라마 왕국’을 재건했다. 오는 31일 진행되는 연기대상이 행복한 고민 속에 제대로 된 축제를 예고하고 있다.
[뉴스핌 Newspim] 이현경 기자(89hk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