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이체·노무라·HSBC 등 '비중확대'…"정치 우려 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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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이홍규 기자] 주요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이 최근 급락한 필리핀 증시가 내년에는 미국의 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강세를 나타낼 것이라고 진단했다.
올 4분기 필리핀 증시가 높은 밸류에이션 우려와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의 반(反)미 행보로 2008년 이후 최악의 분기 성적을 향해가고 있는 와중에 나온 것이라 주목된다.
15일자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도이체자산운용과 HSBC 그리고 노무라홀딩스는 필리핀 증시에 베팅하고 있다. 도이체자산운용의 션 테일러 아시아 태평양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필리핀은 내년에 매우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며 "경제의 기초체력은 매우 건강한 상태며, 이 같은 기류는 지금 기업들에 흘러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PSEi 지수 1년 추이 <자료=블룸버그통신> |
올해 3분기 이후 필리핀종합주가지수(PSEi)는 10% 가량 하락하며 100개 글로벌 주가지수 가운데 가나 다음으로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자국 통화 기준). 이 기간 외국인 투자자들은 필리핀 증시에서 5억2600만달러를 빼갔다. 지난 3분기 경제성장률이 7.1%를 기록하는 등 동남아시아 국가 중에서 가장 빠른 성장세를 나타냈지만 투자자들의 매도세는 막아내지 못했다.
이날 PSEi와 필리핀의 페소화 가치는 미국의 정책 금리 인상 여파로 각각 1.1%, 0.4% 하락했다.
하지만 션 션타일러 CIO는 '비중확대' 포지션 취한다고 밝혔다. 올해 초 도이체자산운용은 3년만에 처음으로 필리핀 증시 투자 의견을 '비중 축소'에서 '중립'으로 상향 조정한 바 있다.
◆ 도이체·노무라 비중확대… "정치 위험 과도, 인프라 기대"
노무라 역시 필리핀에 긍정적이다. 투자자들이 필리핀의 경제 펀더멘털을 무시하고 지나치게 정치적 리스크에 집중했다고 지적했다. 지난 10월 말 필리핀 증시에 비중 확대를 외친 노무라의 미소 다스 주식 전략가는 "두테르테가 중국으로 선회함으로써 발생한 정치적 리스크에 시장은 너무 집중하고 있다"며 "트럼프 행정부에선 필리핀과 미국간 관계가 더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인프라 지출이 내년 필리핀 경제를 지지할 것"이라며 "(PSEi는) 2016년 고점을 시험할 것이다"고 말했다. 이는 15일 종가 수준에서 18%의 상승 여력을 본셈이다.
필리핀의 페소화 가치도 다른 동남아 국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견조한 편이다. 올 4분기 페소화 가치는 달러 대비 2.9% 하락했다. 태국 바트화와 말레이시아 링깃화가 각각 3%, 7.4% 하락한 것과 대조적이다.
<사진=블룸버그통신> |
◆ 모간스탠리·CS는 '글쎄'… HSBC "적정 가치 수준, 지금이 기회"
모든 IB들이 필리핀을 긍정적으로 본 건 아니다. 모간스탠리와 크레디트스위스는 필리핀이 지정학적 불확실성과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상에 여전히 취약하다고 진단했다.
모간스탠리의 션 가드너와 아르티 샤 분석가는 보고서에서 "국내외 지정학적 불확실성은 외국인 투자자들의 시장 참가를 제한할 것"이라며 "추가 투자등급 인하를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투자등급을 '비중확대'에서 '비중축소'로 2단계 내려 제시했다.
크레디트스위스도 비중축소 의견을 유지한다고 밝히고 "필리핀 주식은 연준의 가파른 금리 인상에 상당히 취약해 나머지 아시아 국가들에 뒤쳐질 가능성이 높다. 필리핀 증시는 외국인 비중이 높기 때문에 미 국채 10년물 금리와 높은 부정적 상관관계를 보인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적정수준으로 내려온 밸류에이션 수준을 볼 때 투자에 나서볼만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그동안 필리핀 증시는 개발도상국 중에서 가장 비싼 수준에 거래됐다. 하지만 주가가 하락하면서 PSEi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배율(PER)은 지난 7월 19.6배에서 16.3배로 내려온 상태다. 전체 신흥시장(MSCI신흥시장 기준)에 대한 가치 프리미엄(valuation premium)도 지난 2013년 대비 35% 하락한 상황이다.
HSBC의 헤럴드 반 데르 린데 아시아 태평양 주식 전략 책임자는 "미국의 가파른 금리 인상 전망을 둘러싸고 필리핀 증시가 다른 신흥국에 비해 크게 하락한 주된 원인은 높은 밸류에이션이었다"며 "이제 밸류에이션은 합리적이다. PSEi는 내년 말까지 현재보다 33% 높은 9100포인트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부동산과 일부 은행주들에 비중확대 의견을 제시했다.
이어 그는 "필리핀의 국제수지는 매우 건강해보이며 경제 성장의 대부분은 무역이 아니라 국내 수요에 의한 것"이라며 "매우 긍정적인 전망을 유지한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홍규 기자 (bernard020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