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 손잡고 TTI 다수지분 확보..한진해운 우량자산 해외선사로..대한해운은 자금·물량 문제로 발빼
[뉴스핌=조인영 기자] 한진해운의 우량자산인 미국 롱비치터미널(TTI) 인수전에서 글로벌 2위 해운사인 MSC가 최대 수혜를 볼 전망이다.
경쟁자인 현대상선과의 컨소시엄으로 우선협상 지위에 유리해진 MSC는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는 지분 51% 이상 확보가 예상된다. 적은 돈으로 국내 기업의 알짜 자산을 소유하게 되는 셈이다.
![]() |
현대상선 컨테이너선. <사진=뉴스핌 DB> |
7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한진해운의 회생절차를 담당하고 있는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이르면 이번주, 늦어도 다음주 초엔 롱비치터미널 우선협상대상자와 지분 매각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우선협상권을 가진 대한해운(SM그룹)이 지난 6일 포기 의사를 전달하면서 인수전은 현대상선-MSC 컨소시엄과 국내 사모펀드인 한앤컴퍼니 2파전으로 압축됐다.
대한해운은 현대상선과의 공동 추진이 미끄러지면서 롱비치터미널 자금조달(4000억원), 연간 물동량 확보 등의 부담이 커져 결국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롱비치터미널은 미국 서부 항만 최대 규모 터미널로, 1년에만 6m 길이 컨테이너 300만개 이상을 처리하고 있다. 지분 가치는 약 1000억원이나 한진해운이 터미널 지분을 담보로 해외금융기관으로부터 빌린 3000억원의 부채가 있다.
전문가들은 대한해운의 인수 포기는 결과적으로 나은 결정이라고 판단했다. 엄경아 신영증권 연구원은 "롱비치터미널의 부채가 과도하기 때문에 인수 보다는 포기가 낫다"며 "법정관리 이전 한진해운이 운영하던 사이즈를 채우지 못하면 다른 포트(항구)에 소요되는 기항비 보다 리스크가 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당초 대한해운, MSC, 현대상선, 사모펀드 등 3~4개 기업이 참여하는 인수전이 전망됐으나, 예상을 깨고 MSC와 현대상선이 손을 잡으면서 인수희망가격만 내려갔다. 현대상선과 MSC가 한진해운 지분 54%와 부채를 나눠 인수하는 방식을 택했기 때문이다.
양사는 한진해운 채무 3000억원과 운영자금 1000억원 등 약 4000억원에 달하는 인수자금을 분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상선의 분담액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한진해운 지분 54% 중 대다수를 MSC가 인수하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MSC는 이번 매각에 참여하면서 현대상선 보다 많은 지분을 확보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5%만 참여해도 51%가 돼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다. 27%씩 나눠가져도 MSC 73%, 현대상선 27%로 벌어진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현대상선은 소수지분만 가져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 지분도 얼마 안된다"며 "MSC로서는 최대한 낮은 가격으로 다수 지분을 확보할 수 있는 1석 2조의 효과를 얻게 된다"고 말했다.
롱비치터미널 인수전에 참여한 한앤컴퍼니는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인 5000억원대를 써낸 것으로 알려졌지만 승산은 크지 않다. 최종 인수를 위해선 항만당국의 승인이 필요한 데 사모펀드의 손을 들어줄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결국 2파전으로 압축된 인수전은 현대상선-MSC 컨소시엄에게 유력하다. 이렇게 되면 MSC는 헐값에 국내 기업의 알짜 자산을 가져가고, 현대상선은 전용터미널 확보와 비용 절감 효과라는 명분을 얻게 되나 MSC의 이득 보다는 훨씬 적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눈치를 봐야 하는 현대상선이 롱비치터미널을 공격적으로 인수할 가능성은 낮을 것"이라며 "부채부담이 큰 자산(롱비치터미널)을 최우선으로 가져와야 할 사안인지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대상선은 선복량에서 앞도적인 차이를 보이고 있는 2M과의 선대 정리가 우선적으로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조인영 기자 (ciy81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