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고은 기자] 단교 이래 37년만에 이루어진 미국과 대만 정상 간의 전화 통화에 미국과 중국, 대만의 셈법이 각기 다른 방향으로 달리고 있다.
중국은 미국에 대해서는 "무지에 의해 일어난 일"이라고 온건한 반응을 보이면서도 대만에 대해서는 "처벌이 필요한 도발"이라고 강력 반발했다. 반면 미국 차기 행정부의 핵심 인물들은 모르고 한 일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중국의 외교 간섭에 불만을 표시했다.
◆ 미국-대만 정상 통화에 중국 "미국은 무지, 대만은 처벌"
지난 2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차이잉원 대만 총통의 당선 축하 전화를 받고 10분간 통화했다. 미국과 대만 정상이 통화를 가진 것은 1979년 단교 이후 처음이다. 중국 정부는 '하나의 중국'이라는 원칙 하에 대만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미국은 중국과의 수교를 위해 대만과 단교한 상태다.
<사진=게티이미지> |
중국은 즉각 반발했으나, 미국보다는 대만에 비난의 화살을 돌렸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이번 통화를 대만의 도발로 간주하면서 "대만 측이 일으킨 장난질"이라고 말했다.
중국 관영 영자지 '차이나 데일리'는 "트럼프 팀의 경험 부족과 미-중 관계 및 양안관계(중국-대만 관계)에 대한 적절한 이해 부족이 이번 사태의 원인"이라면서 "과도하게 해석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중국 관영신문 환구시보(環球時報)의 영문판 '글로벌 타임스' 또한 사설을 통해 "트럼프와는 대화가 필요하며, 대만 당국에는 처벌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트럼프 선임고문 켈리언 콘웨이는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통화가 트럼프의 '무지'에 의한 행동이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콘웨이는 "트럼프는 수십년동안 추구해온 '하나의 중국' 원칙에 대해 잘 알고 있다"면서 "이 문제에 대해 일상적으로 브리핑하고 있다"고 말했다.
◆ 트럼프 측 "양안관계 숙지"... 존 볼턴, 중국의 개입에 불만 표시
트럼프 역시 트위터를 통해 "대만 총통이 나에게 전화를 걸어(CALLED ME) 대선 승리를 축하했다. 감사하다"고 전했다. 대만이 전화를 걸어왔다는 것을 대문자로 표기하며 강조했다. 트럼프는 "미국은 대만에 수십억달러 어치의 군사 장비를 팔면서 축하 전화를 받지 말라는 것은 흥미롭다"고 덧붙였다.
이번 통화는 미-중 관계에서 대만을 지렛대로 삼으려는 트럼프의 계산된 행보로 풀이된다. 트럼프 행정부의 국무장관 후보로 유력하게 꼽히고 있는 존 벌턴 유엔 주제 미국 대사는 올해 초 미국이 중국과의 관계에서 대만 카드를 잘 활용해야 한다고 발언한 바 있다.
존 볼튼 <사진=위키피디아> |
존 볼턴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이날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은 미국이 누가 통화하는지에 대해 관여해서는 안된다. 고작 전화 통화로 미국과 중국 간의 수십년간의 관계가 흔들린다고 말하는 것은 터무니없다"면서 "솔직히 말해서 나는 중국과의 관계를 흔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버락 오바마 대통령 측은 사태 진압에 나섰다. 오바마 행정부는 성명을 통해 '하나의 중국 원칙'에 아무런 변화가 없다는 점을 분명하게 밝혔다. 네드 프라이스 백악관 대변인은 "우리의 주된 관심사는 평화롭고 안정된 양안관계가 유지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 측에서는 하락하는 국내 지지율을 반전시키기 위해 외교정책으로 시선을 돌린 것으로 풀이된다. 취임 직후 47%에 달했던 차이잉원 지지율은 지난달 26%까지 떨어진 상태다.
진찬롱(Jin Canrong) 인민대 교수는 "(이번 통화로) 차이잉원의 지지율은 일시 반등할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 대만의 발전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만은 경제적으로 미국보다는 중국 본토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이고은 기자 (goe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