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예단할 수 없는 상황..보수적으로 보고 있다"
[뉴스핌=허정인 기자] 4개 분기 연속 0%대 성장률이 계속됐다. 이에 더해 4분기엔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소비심리가 얼어붙고, 기업의 생산과 투자심리 역시 위축됐기 때문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보호무역주의와 미국 금리인상 가능성 등도 위험요인으로 부상했다. 우리 경제에 빨간불이 켜진 셈이다.
26일 오후 서울 광화문 세종대로 일대에서 시민들이 박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촛불집회를 갖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한국은행이 2일 발표한 ‘2016년 3분기 국민소득 잠정치’에 따르면 3분기 국내총생산(GDP)는 377조6000억원(계절조정계열 기준)으로 전 분기대비 0.6% 증가했다. 이로써 GDP 성장률은 지난해 4분기 0.7%를 기록한 후 4개 분기 연속 0%대에 머물렀다.
◆ 최순실·트럼프...소비자는 지갑 닫고 기업은 투자 줄이고
4분기 경제상황은 3분기보다 더 나빠질 전망이다. 정치 혼란으로 인해 민간소비심리부터가 꽁꽁 얼었다. 한은이 전월 25일에 발표한 ‘2016년 11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11월중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5.8로 전월대비 6.1포인트 하락했다. 2009년 4월(94.2)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으로 메르스 사태가 한창이었던 지난해 6월(98.4)보다 2.6포인트 떨어진 수치다.
기업심리도 마찬가지다. 지난 30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기업경기실사지수(BSI)를 조사한 결과, 11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91.0으로 기준선인 100을 밑돌았다. 전경련 측은 “소비 위축으로 내수 회복이 부진한 가운데 보호무역주의 강화를 내건 트럼프노믹스와 미국 금리 인상 가능성 등 대외적 요인까지 겹치면서 기업들의 체감 경기가 위축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3분기 민간소비 증가율은 0.5%로 전분기 1.0%에 비해 반토막이 났다. 설비투자는 전분기 2.8%에서 3분기 0.2%로 대폭 줄었다. 4분기에 마이너스로 전환할 여지가 있다. 노트7 단종·해운업 부진의 여파가 4분기 경제에도 영향을 주고 있고, 주요기업의 총수들이 최순실사태에 엮이면서 핵심업무가 올 스톱됐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4분기 투자를 더욱 줄일 수 있다는 얘기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정치 불안으로 민간소비와 기업의 투자가 불안해졌다”면서 “지금 이대로라면 4분기 경제성장률은 0% 초반에 머물겠고 상황이 더욱 악화될 시 마이너스 성장까지 갈 수 있다”고 전했다.
◆ 정부 재정여력 소진...부동산도 위축
3분기 0.6%의 경제성장을 이끈 양대 축은 정부의 재정지출과 부동산 활황이다. 정부소비는 전분기대비 1.4%, 건설투자는 3.5% 각각 증가했다. 정부가 3분기 중 추가경정예산을 집행해 정부지출이 늘었고 강남 재건축아파트 등 주택거래량이 늘면서 건설투자도 증가했다.
다만 이 두 요인은 한계에 다다른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가 추경 집행관리대상 8조6000억원(전체 11조) 중 6조9000억원을 3분기인 9월에 조기 집행했다. 남은 1조7000억원 중 7000억원은 10월에 집행했다. 비상 시 사용 가능한 예산은 1조원에 불과하다. 기재부가 지난달 초 4분기 재정보강대책으로 10조원을 추가 집행하겠다고 밝혔지만 계획대로 진행될 지도 미지수다.
부동산시장도 위태롭다. 금리인상 가능성, 11·3 부동산 대책 등으로 부동산거래량이 감소하는 추세다. 부동산시장의 활성화 정도를 반영하는 건설투자 증가율은 올해 1분기 6.8%, 2분기 3.1%에 이어 3분기 3.5% 증가로 지출 항목 중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전년동기대비로는 11.4% 증가했다. '건설투자가 이끈 경제성장'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GDP 성장 기여도도 0.5%포인트로 높은 편이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4분기부터 건설투자나 민간소비 등 정부정책의 효과를 입었던 분야들이 위축될 것”이라며 “4분기 마이너스 성장률 가능성을 보고 있다”고 전했다.
한은 조사국 관계자는 “(마이너스 성장률 가능성에 대해) 예단할 수는 없는 상황이고 산업활동동향이나 수출 결과를 보면 유추할 수 있을 것”이라며 “비교적 보수적으로 4분기 성장률을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뉴스핌 Newspim] 허정인 기자 (jeongi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