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서방 공동연구진, 국제학술지에 2번째 백두산 연구결과 발표
[뉴스핌=이영태 기자] 지금으로부터 1070년 전인 서기 946년(고려 정종 즉위년) 백두산 화산폭발로 나온 가스가 유사 이래 최대 규모일 것으로 추정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지난 9월 중국 지린성 연변조선자치구 이도백하진 백두산 북백두(북파) 정상에서 바라본 천지.<사진=뉴시스> |
북한 평양 신기술경제 국제정보센터와 영국 케임브리지대,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 미국 애리조나주립대 등의 과학자들로 구성된 국제공동연구진은 백두산 천지 근처에서 화산 활동으로 생긴 암석에 남은 기체의 성분을 분석한 결과, 지난 946년 백두산 화산폭발로 방출된 '황'의 양이 1815년 일어난 인도네시아 탐보라 화산폭발 규모를 넘는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들은 공동연구 결과를 30일(미국 동부시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발표했다고 연합뉴스가 1일 보도했다.
당시 탐보라 화산폭발은 7만1000여 명의 사상자를 낸 가장 큰 화산폭발로 알려졌다. 이때 나온 화산재는 반경 600km 지역을 3일 동안 캄캄한 밤으로 만들었고, 이때 뿜어져 나온 가스는 성층권으로 올라가 햇빛이 지면에 닿는 것을 막아 당시 지구의 기온을 수년간 1도가량 낮췄다고 보고됐다. 당시 대기로 퍼진 황은 현재 북극의 만년설에도 1㎢당 약 40㎏이 남아있다.
북한과 서방 공동연구진은 학술지에 발표한 연구결과를 통해 백두산 폭발 당시 공기 중으로 방출된 황의 양이 45메가t(1메가t은 100만t)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손영관 경상대 지질과학과 교수는 "2000년도 독일 학자들은 과거 백두산 분출로 방출된 황의 양을 추정한 적이 있다"며 "당시 결과에서는 황의 양이 그리 많지 않고, 지구 기후에 미친 영향도 적었다고 결론을 냈는데 이것이 정설로 받아들여졌다"고 소개했다.
안진호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도 "이번 연구에서 나온 양은 기존 연구로 알려진 황의 양보다 22.5배 더 많다"라며 "탐보라 화산폭발 당시 발생한 황의 양보다 많다는 점이 흥미롭다"고 밝혔다.
다만 연구진은 이번에 "과거 백두산 화산폭발이 전 지구적인 기후변화를 초래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백두산이 비교적 고위도에 있고, 분출 시기가 겨울이기 때문에 성층권에서 가스가 빨리 제거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북한 과학자들이 서방 연구진과 백두산 관련 공동연구를 해 국제학술지에 발표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연구진은 지난 4월 백두산 천지 5~10㎞ 아래에 부분적 용융상태의 마그마가 있으며 그 면적이 서울시 2배에 달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백두산은 기원전 5000년, 4000년경과 기원 후 946년, 1668, 1702년 등 여러 차례 폭발한 전력이 있는 화산이다. 가장 최근에는 1903년 분화했다. 북한과 서방 공동연구진이 조사한 서기 946년 분출은 인류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화산 폭발 가운데 하나로 기록되고 있다.
[뉴스핌 Newspim] 이영태 기자 (medialyt@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