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우 감독과 배우 김남길, 문정희, 정진영, 김대명, 김주현, 김명민(왼쪽부터)이 29일 오후 서울 왕십리CGV에서 열린 영화 '판도라' 언론시사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김학선 사진기자> |
[뉴스핌=장주연 기자] 봐야만 한다. 그래서 알아야 하고 느껴야 한다. 이건 영화가 아닌 ‘현실’이다.
29일 오후 서울 성동구 왕십리CGV에서는 영화 ‘판도라’ 언론시사 및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기자간담회에는 메가폰을 잡은 박정우 감독을 비롯해 배우 김남길, 문정희, 정진영, 김대명, 김주현, 김명민이 참석, 작품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를 나눴다.
이날 박정우 감독은 “이전 영화에 비해서 많은 시간과 공을 들였다. 제 개인적으로는 마라톤 같은 경주를 장애물 넘듯 왔다는 생각”이라며 “제가 자료를 조사하면서 개인적으로 이게 맞는 생각일 거라고 감히 결론 내린 건 원전은 100% 안전하지 않다. 우리나라에는 원전 사고가 났을 때 대책이 거의 없다는 것”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박정우 감독은 “만약 우리나라에서 원전 사고가 일어나면 어떨지 시뮬레이션으로 만들어서 틀을 잡았다. 사실 돈을 많이 들여 이런 소재의 영화를 만드는 게 어려울 것 같았다. 또 다큐멘터리나 시사 고발로 흘러가면서 상업 영화로서 미덕도 같이 가지고 가야 했다. 그래서 사람 냄새 나는 이야기를 시뮬레이션에 얹어서 진행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시나리오 쓰고 작업도 했다”고 회상했다.
물론 박정우 감독이 만든 시뮬레이션은 완전한 허구로 이뤄진 가상 세계가 아니다. 박정우 감독 역시 이 부분에 대해 “배경은 90% 이상 현실성이 있다. 절대 놓쳐서는 않고 꼭 가져가야 할 게 사실성과 현실성이다. 실제 존재하는 공간에서 벌어져야 해서 모든 자료를 취합하고 준비해서 최대한 비슷하게 재현했다. 물론 영화적으로 변경한 게 있어서 100%라고는 못하는데 비슷하다”고 자신했다.
벌어지는 상황에 관해서는 “퍼센테지로 말하긴 애매한데 최대한 비슷하게 하려고 했다. 겪어본 게 아니라서 자유롭게 마음대로 한 건 아니지만, 과학적이고 논리적인 틀 안에서 설정한 거다. 한 예로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난지 몇 년이 지났는데 내부가 어떻게 녹았는지 일본도 모른다. 그래서 상상력을 발휘했지만, 완전한 거짓은 아니다. 최대한 현실적으로 구현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배우 김남길(왼쪽)과 문정희가 29일 오후 서울 왕십리CGV에서 열린 영화 '판도라' 언론시사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김학선 사진기자> |
실제 영화는 꽤 현실적인 상황과 화면으로 이야기를 펼쳐간다. 주연 배우 문정희는 이런 리얼리티가 관객들에게 또 다른 공부가 될 거라고 했다. 문정희는 “영화를 찍으면서 든 생각은 원전만이 에너지가 아니라는 것, 완전히 안전할 수 없는 원자력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거다. 우리 영화가 12세 이상 관람가인데 가족들에게 유익할 거로 생각한다”는 밝혔다.
정진영 역시 “우리나라에서 원전을 소재로 한 작품 중에 다큐멘터리가 아닌 극영화는 최초가 아닌가 한다. 원전에 대한 생각들, 신중하게 차분하게 같이 생각하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거들었고, 김주현 또한 “세계적으로 세 차례 원전 사고가 있었다. 우리나라도 재난 안전지대가 아니라서 안전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자신감으로 똘똘 뭉친 배우들과 달리 유독 아쉬운 마음을 내비친 이도 있었다. 바로 타이틀롤 김남길. 무엇이 그렇게 아쉬웠느냐는 질문에 김남길은 “늘 아쉬운 점은 있다. 다만 개봉이 빨랐다면 발견 못했을 수도 있는데 사투리 연기가 어색했다. 당시에는 선생님께 자연스럽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오늘 보니까 손발이 오그라들어서 뛰쳐나갈 뻔했다. 힘도 좀 빼야 했다. 제가 능숙하지 못해 표현에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며 겸손한 자세를 보였다.
대통령을 연기한 김명민의 이야기도 듣지 않을 수 없었다. 더욱이 앞서 ‘연가시’(2012)에 이어 또 한 번 김명민을 캐스팅한 박정우 감독이 “우리나라에서 대통령 할 배우는 김명민밖에 없다. 김명민이 거절하면 대통령 역을 없애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이야기한 터.
“이 말에 넘어가서 출연했다”는 김명민은 “제가 별로 한 게 없다. 무능한 대통령을 어떻게 하면 무능해 보이지 않을까 고민했는데 역시나 무능해 보더라”고 너스레를 떨면서 “상황통제실에서만 통제하는 게 답답하더라. 실제라면 안그랬을 텐데 싶었다. 다음에 대통령을 맡으면 이렇게 무능한 대통령이 아니라 유능한 대통령이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박정우 감독이 29일 오후 서울 왕십리CGV에서 열린 영화 '판도라' 언론시사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김학선 사진기자> |
흥행에 관한 질문도 빠질 수 없었다. 박정우 감독은 “결과를 자신 있게 말할 수 없지만 내심 기대하고 있다. 근데 지금은 조금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다. 우리 상대는 다른 영화가 아니라 아줌마 둘이서 하는 싸움이다. 저희는 길다고 4년을 준비했는데 그쪽은 40년을 준비했고, 우리는 제작비가 150억 원인데 그쪽은 몇천억 원이다. 또 모든 장르를 망라하고 있고 관중 동원력도 그쪽이 훨씬 뛰어나다”고 현 시국에 일침을 가했다.
그러면서도 박정우 감독은 “우리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건 원전 사고이지 지도자들의 권력 싸움이 아니다. 그래서 (최순실 게이트 이후 편집과정에서) 일부러 드러낸 부분도 있다”고 선을 분명히 그었다.
한편 ‘판도라’는 오는 12월7일 개봉한다.
[뉴스핌 Newspim]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