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장주연 기자] 지선(엄지원)은 이혼 후 육아와 생계를 혼자 책임져야 하는 워킹맘이다. 매일이 정신없는 나날의 연속이지만, 그럼에도 그의 일상이 무너지지 않는 건 헌신적으로 딸을 돌봐주는 보모 한매(공효진)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느 날, 한매가 딸 다은이와 함께 사라져버린다. 지선은 경찰과 가족에게 알리지만, 모두 지선이 양육권 소송 중 일으킨 자작극으로 생각한다. 결국 홀로 한매를 추적하던 지선은 곧 이름, 나이, 출신 등 한매의 모든 것이 거짓이라는 걸 알게 된다.
영화 ‘미씽:사라진 여자’는 워킹맘 사이에서 공공연하게 퍼진 중국인 보모 유괴 괴담을 모티브로 했다. 중국인 보모 유괴 괴담은 말 그대로 중국인 보모가 아이를 납치해갔다는 것. 항간에는 장기를 팔아넘겼다는 소문까지 있다. 어쨌든 소재가 이렇다 보니 영화의 상당 부분은 아이를 잃어버리고 다시 찾는 과정에 할애된다. 그리고 이언희 감독은 이 과정에 자연스레 모성애를 포갰다. 모성애 스토리는 어떤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오더라도 필연적으로 눈물을 동반할 수밖에 없는 법. 그리하여 이 영화는 전체적으로 처절하고 서글프다.
눈길을 끄는 건 시선 확장에 있다. ‘미씽:사라진 여자’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워킹맘의 고단함에서 시작해 외국인 노동자, 국제결혼 피해자, 가부장적 제도의 희생자 등 사회적 약자들과 잘못된 사회 제도를 훑으며 다양한 화두를 던진다. 물론 중간중간 코미디를 풀어 넣어 메시지가 버겁지 않도록 조절했다. 날 선 메시지 사이에 묻은 유머는 아이러니하게도 메시지와 재미, 모든 걸 극대화했다.
스릴러라는 장르적 재미도 잘 챙겼다. 예상치 못한 결말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정교하게 배치된 퍼즐 조각을 맞추는 재미가 있다. 더욱이 전체 시간, 즉 러닝타임(100분)을 최대한 압축한(이는 배우들이 한 데 입을 모아 요구한 부분이다) 덕에 지루할 틈이 없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이 영화에서 가장 매력적인 건 배우들이다.
지선 역의 엄지원은 탄탄하면서도 섬세한 감정 표현으로 무리 없이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특히 애달픈 그의 표정은 관객들의 마음을 몇 번이고 무너져 내리게 한다. 엄지원이 아닌 지선의 모습을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다. 공효진의 열연 역시 칭찬해 마땅하다. 그를 ‘공블리’로만 인식했던 지난날들이 미안할 만큼 훌륭한 연기다. 두 배우 모두 실제로 경험했을 터 없는 역할인데 그 감정선을 빈틈없이 그려냈다. 실제 겪은 일인 양 마침맞다.
여기에 다채롭게 설정된 캐릭터들도 더해져 극의 몰입도를 더했다. 박 형사 역의 김희원, 민 변호사 역의 조달환, 현익 역의 박해준이 탄탄한 연기력을 뽐냈다. 여성 중심의 영화다 보니 캐릭터 자체는 다소 소비되는 경향이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 존재감이 제법이다. 영화를 탄탄하게 받쳐주는 여러 조연 사이에서도 가장 눈길을 끄는 건 성매매 업소 사장 역의 김선영. 그 강렬함은 도저히 잊을래야 잊을 수가 없다. 오는 30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뉴스핌 Newspim]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 <사진=메가박스㈜플러스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