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신, 합병당시 캐스팅보트 역할…손실액만 수백억원"
[뉴스핌=우수연 기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찬성 의견을 낸 한국투자신탁이 수백억원대의 손실을 낸 것으로 확인됐다.
28일 더불어민주당 제윤경 의원이 한국거래소에서 제출받은 '삼성합병 관련 기관투자가 의결권 행사 내역 현황'에 따르면, 50개 기관투자가 중 계열사인 삼성자산운용을 제외한 49개 기관투자가 모두가 합병찬성 의견을 나타낸 것으로 조사됐다.
제 의원은 "국내외 의결 자문기관이 합병비율이 불리하다는 이유로 반대를 권고했음에도 불구하고 반대표를 행사한 국내 기관은 한 곳도 없었다"며 "당시 합병찬성을 종용한 삼성 측의 로비가 엄청났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이들 기관중에서 삼성물산 지분율이 제일모직보다 높은 곳은 39개, 삼성물산 주식만 보유한 기관도 23개에 달했다. 그 중에서도 삼성물산 주식을 가장 많이 보유한 기관투자자는 한국투자신탁이었다. 한국투신은 삼성물산 주식 2.85%(445만9598주)를 보유하고 있었으며, 제일모직 주식은 0.9%를 보유했다.
제 의원은 "당시 한국투신은 국민연금이 찬성을 결정한 상황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게됐다"며 "당시 주총 결과를 봐도 한국투신이 찬성표를 던지지 않았다면 합병안은 부결될 상황이었다"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그는 합병 관련 안건이 올라온 한국투신의 의결권행사위원회 내용을 공개하기도 했다. 운용쪽에서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으나 리서치와 준법감시인, 경영관리실장 등 경영진 측에서 대거 찬성의견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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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병비율에 따른 한국투자신탁의 펀드 손실액<자료=제윤경 의원실> 주1) 9월15일 재상장가를 기초로 시가총액(30조9197억원)이 고정된다고 가정해 합병신주의 가격을 조정함 주2) 한국투신이 평가한 적정주가(253,000)에 따르면 적정 시가총액은 48조원에 달하며 그만큼 손실액은 늘어남 주3) 현 시가에 따른 손실액(1575억)은 15.6.11 지분가치와 현 지분가치의 차이로 계산 |
당시 한국투신은 '삼성그룹적립식증권' 등 삼성그룹주 펀드에 400여만주를 보유하고 있었다. 실제 합병비율(0.35)에 따른 신주배분(278만주)를 현 시가로 환산하면 3720억원에 불과하다. 주주확정일 기준 펀드평가액(5295억원)에 비하면 1579억원 감소했으며, 합병 찬성의 근거로 제시한 적정주식가치(7024)억원과 비교하면 반토막 수준에 불과한 수준이다.
제 의원은 주가변동을 제외하고 합병비율에 따른 손실액만 따져보더라도 국민연금이 산정한 적정비율(0.46)을 적용할 경우 한국투신의 손실액은 358억원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삼성물산 보유지분이 세 배 이상 많았던 한국투신은 합병찬성으로 투자자 이익을 심각하게 훼손했다"며 "한국투신의 합병찬성 과정에서도 청와대의 개입, 삼성과의 부정 거래나 외압 등이 없었는지 국정조사와 검찰 조사 등을 통해 철처히 의혹을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우수연 기자 (yes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