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글 양진영 기자·사진 이형석 기자] 아역과 성인연기자 사이에 있던 남지현이 MBC '쇼핑왕 루이'로 경계를 깼다. 미니시리즈 여주인공으로 신고식을 치른 남지현은 시청률 꼴찌에서 1위까지 올라간 '쇼핑왕 루이'의 주역으로 올해 김유정과 함께 단연 '아역 출신' 투톱에 올라섰다.
남지현은 MBC 수목드라마 '쇼핑왕 루이' 종영 후 뉴스핌과 만나 초반 우려에도 드라마를 성공으로 이끈 소감과 작품 안팎의 얘기를 들려줬다. 남지현은 "참 기특한 드라마였구나 싶다"며 지난 시간을 돌아봤다.
"드라마가 끝났다는 걸 인터뷰하면서 느끼고 있어요. 마지막 방송이 끝나고 주말까지도 머리로는 아는데 마음으로 안와닿았죠. 인터뷰하면서 여러 질문도 받고 되짚어보면서 정말 소중하고 재밌던 생각이 많이 났어요. 드라마가 전체적으로 엉뚱·발랄하면서 사랑스럽고 유쾌했어요. 항상 심각한 걸 못견디고 웃음 코드가 나왔죠. 그 색깔을 잃지 않으려고 작가님, 감독님, 배우들도 노력을 많이 했고요. 과장되지 않게, 조화롭게 보여주려 늘 고민했죠."
첫 회 시청률은 다소 기대에 못미쳤지만, '쇼핑왕 루이'는 거의 한 차례도 성적이 하락하지 않고 꾸준히 상승세를 탔다. 당연히 촬영장 분위기는 좋을 수밖에 없었다. 남지현은 극중 하나도 겹치는 캐릭터가 없고, 개성 넘치는 인물들이 모였음에도 호흡이 절묘하게 맞아 떨어졌다고 자랑했다.
"저희 드라마 캐릭터가 다들 색깔이 강하고 톡톡 튀는 인물들이죠. 골드라인 사무실 역시 다 개성파 식구들이었고요. 그런데도 착착 호흡이 맞아들어가고 리허설에서 그런 걸 맞춰보는 재미가 컸어요. 시청률이 점차 오른 건 사실 그 당시 촬영하느라 정신이 없어서 실감도 못했죠.(웃음) 다들 기회도 여유도 시간도 없었거든요. 아침마다 시청률 올랐네요? 하고 그냥 바로 촬영하고 1위한 날도 '어? 1위했어요?' 하고서 바로 리허설 하고 그랬죠."
너도나도 어려운 시국에 어쨌든 '쇼핑왕 루이'는 시청자들에게는 물론, 배우들에게도 힐링을 선사한 드라마였다. 거의 두 배에 가까운 시청률 점프를 기록하고, 유난히 힐링 드라마로 사랑받은 이유를 직접 연기한 남지현에게 물었다.
"처음에 5.6%로 시작해서 두 배보다 더 높은 수치로 1위에 올라갔대요. 조금씩 올라서 1위까지 갔다는 게 기적같이 느껴지기도 하고 뿌듯했어요. 정말 단계별로 차근차근 성장한 느낌이었죠. 그 원동력이 뭐였을까 현장에서도 많이 얘길 했는데 공통적인 건 끊임없이, 편안하게 웃을 수 있었던 점을 많이 꼽아주셨어요. 특히 아이들이 많이 좋아한다는 얘기도 들었죠. 개인적으로는 빤한 소재를 예측할 수 없게, 엉뚱하게 풀어낸 게 비결이었다고 봐요."
첫 미니시리즈 주역을 맡은 남지현에게 이미 주연으로 잔뼈가 굵은 서인국의 존재는 큰 힘이 됐다. 둘은 촬영에 임하는 태도나 캐릭터를 받아들이는 방법이 완전히 달랐지만, 그래서 더 상호보완이 잘 됐다. 남지현은 "처음 마음을 끝까지 가져가고 싶었고, 작은 목표를 조금씩 이루려고 했다"고 부담감을 떨치려 노력했음을 고백했다.
"서인국 오빠도 물론이고 주연 4인방 중에 저만 미니시리즈 주연이 처음이라 다들 도움을 많이 주셨어요. 베테랑들에게 의지하며 마음의 짐을 조금 덜었고, '나만 잘하면 되겠구나' 생각했죠. 인국 오빠랑 저는 대본을 받아들이는 스타일이 굉장히 달라요. 제가 있는 그대로 하는 반면 오빠는 질문도 많고 아이디어도 풍부하죠. 스스로 신을 보고 디테일하게 다듬어왔어요. 상황에 따라 이렇게 해볼까 제안하는 경우도 많았고요. 그래서 상호보완이 많이 됐죠. '저렇게 할 수 있구나' 감탄한 적도 많아요. 서로의 방식을 존중하고 배려할 수 있어 좋았어요."
엉뚱하고 발랄하게 진행되는 사건들 속에 루이(서인국)와 복실(남지현)의 마음은 점차 깊어졌고, 순수한 커플에게 응원도 쏟아졌다. 뭣보다 의외로 애정신이 적지 않았다. 서인국과 로맨스에 빠지면서 어떤 부분을 신경썼는지 물었다. 초반부 루이에게 향한 복실의 보살핌이 후반부에는 역전되는 상황은 일반적인 신데렐라 스토리와 다른 흥미로운 지점이다.
"가만 생각해보면 키스신이 굉장히 많았어요. 다행히 작품 속에 잘 녹아들어 찍을 땐 그런 생각을 못했죠. 어떻게 하면 더 풋풋하고 사랑스럽게 보일까 의견을 많이 나눴어요. 그런 장면을 만들어낼 때마다 반복되는 것 같지 않게, 재밌고 예쁘게 찍을 수 있었죠. 복실이가 초반에 루이를 보살펴주는데 나중엔 루이가 복실에게 다 갚아줘요. 사실 저는 보살펴주는 게 더 익숙한 사람인 것 같아요.(웃음) 누굴 만나면 '밥 먹었어?' 하면서 좀 챙기는 스타일이죠. 극 초반에는 루이가 너무 아무것도 없으니까 복실의 주도를 당연하게 받아들였어요. 복실이는 그래도 조금은 있으니까요."
최종적으로, 남지현은 경쟁작인 김하늘의 '공항가는 길', 공효진의 '질투의 화신'을 넘어서며 드라마 초반 없지 않았던 우려를 말끔하게 씻어냈다. 스스로 어느 정도 만족스러운 평가를 해주고 싶은지, 아쉬운 부분이 없는지 속마음을 들어봤다.
"그냥 얼떨떨했어요. '어? 1위야?' 딱 이 느낌이었죠. 너무 대단한 선배님들이니까 2위만 지켜도 기특하겠다 싶었어요. 찍기가 바빠 '그래 양쪽에 선배님들도 이렇게 치열하게 하시겠지. 다 잘되면 제일 좋겠다'고만 생각했죠. 마지막 방송 남겨두고 2~3주 전에는 다 똑같이 아무런 생각도 할 수 없는 상황이었어요. 연기에 아쉬운 점은 시간이 좀 지나야 객관적인 판단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목표였던 첫 마음을 마무리까지 가져가는 건 어느 정도 지켰다는 데 만족해요. 많은 분들이 아역 경력이 있어서 걱정 안한다고도 하지만, 사실 성인으로서는 2~3년 정도밖에 안됐어요. 경험을 잘 쌓아서 더 나아지려고 해요."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아역 때부터 유난히 '연기 외길'을 걷고 있는 그의 행보에 관한 얘길 나눴다. 올해 스물 두살인 남지현은 "아직은 예능에서 보여드릴 만한 제 얘기가 부족하다. 예능을 보는 건 정말 좋아한다"면서 웃었다. 김유정, 김소현에 앞서 아역에서 20대 여배우로 주목할 성장을 보여준 남지현. "이제 다 컸구나 하는 얘길 듣고 싶다"며 소박한 바람을 드러냈다.
"20대까지 목표는 학교 졸업하는 거예요. 연기 잘하는 아역 출신이 아니라, 인식을 바꾸는 작업을 완수하는 게 목표죠. '다 컸구나' 하는 생각을 하시게끔 작품으로 잘 보여드리고 싶어요. 어릴 때부터 아역을 하다보니 영화와 드라마를 번갈아하며 찍은 적이 많았어요. 그럴 때면 늘 '꾸준히 왔다갔다 하면서 일한 게 흔치 않고 쉽지 않은 거였구나' 느끼죠. 이미 이걸 겪어봤으니 꾸준히, 쉬지 않고 그렇게 작품을 계속 하고 싶어요."
[뉴스핌 Newspim] 양진영 기자 (jyyang@newspim.com)·이형석 기자 (leehs@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