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발 환율 호재·BOJ 완화·펀더멘털 개선 등 '청신호'
[시드니= 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아베 신조 총리의 경기부양책(아베노믹스)의 약발이 좀처럼 먹히지 않았던 일본 증시 분위기가 최근 급반전된 가운데 연말까지 추가 랠리가 이어질 것이란 전문가들의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20일(현지시각) 블룸버그통신은 올해 전 세계 증시 중 가장 강력한 반등 스토리는 일본이 쓰게 될 것이라며 전문기관들이 하나같이 낙관론을 제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 올해 '굴욕'은 잊어라…강세장 진입
지난 금요일 일본증시는 올 저점 대비 20% 넘게 오르며 기술적으로 강세장(불마켓)에 진입했다.
아베노믹스에 대한 신뢰가 줄고 엔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올 상반기 일본증시가 18% 급락했던 것과 비교하면 상당한 반전이다.
닛케이지수(위)와 달러/엔 환율(아래) 1년 추이 비교 <출처=블룸버그> |
이 기간 엔화 움직임도 인상적이다. 8월 한 때 99엔대까지 밀렸던(엔화 약세) 달러/엔 환율은 최근 110엔 수준까지 수직 상승하며 증시 상승세를 떠받치고 있다.
블룸버그자료에 따르면 지난 9월 말까지만 하더라도 560억달러 순매도에 나섰던 외국인 투자자들은 최근까지 73억달러를 사들이며 일본 증시에 군침을 흘리는 모습이다.
씨티그룹 일본증시 전략가 이즈카 나오키는 엔화 약세로 인한 실적 개선, 돌아오는 외국인 투자자 등에 힘입어 올 연말 토픽스가 1625엔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주말 종가 대비 14%가 추가 상승할 것이란 설명이다.
지난 1970년 이후 닛케이지수 평균 불마켓 수명이 600일을 넘겼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지난 6월 저점 이후 이제 막 불마켓에 진입한 일본증시가 앞으로 한참은 더 위를 향할 것이란 전망이다.
◆ “호재 넘친다” 낙관론 고조
씨티그룹을 비롯해 얼라이언스 번스타인, 보르디어 앤 씨 등을 비롯해 전문기관들은 일본증시에 긍정적 뉴스들이 넘치고 있다며 증시 추가 상승을 낙관하고 있다.
보르디어 앤 씨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일본증시를 떠받칠 요인들이 상당하다고 진단했다. 이어 “일본 경제도 안정을 찾는 듯 하고 엔화약세도 분명 도움이 된다”며 “이번 강세장 뒤에 일종의 모멘텀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주 발표된 일본의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2%로 전문가 예상치 0.9%를 크게 웃돌며 2013년 이래 가장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했다.
마이너스 금리 도입과 프레임워크 전면 수정에도 별 효과를 보이지 못하던 일본은행(BOJ)도 최근 고정금리에 국채를 무제한 매입하겠다고 밝히며 시장 반응을 이끌어냈다. BOJ가 일본 국채금리 상승세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란 의지를 보이면서 엔화 약세 기조가 유지됐다.
무엇보다 가장 큰 훈풍은 미국에서 불어왔다. 도널드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으로 미국 정부 지출이 늘면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상이 촉발될 것이고 이는 달러 강세를 유도해 일본은 엔화 약세라는 반사 이익을 얻게 된다는 기대감이다. 이는 도요타와 같은 수출기업들의 실적 전망 개선과 함께 증시에는 가장 강력한 호재다.
알리안스번스타인 시장전략가 무라카미 나오키는 “미국 경제 정책에 대대적인 체제 변화이며 이는 엔화와 일본 증시에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넘치는 낙관론 속에 경계의 목소리도 없지는 않다. 일부 전문가들은 지금의 일본증시 랠리가 일본 자체보다는 세계 경제 낙관론에 기인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일각에서는 정치 및 경제적 불확실성이 좀 더 해소돼야 한다는 신중론도 나왔다.
닛케이지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25일 이동평균선과 격차를 5% 가까이 벌리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지수는 올해 연초 급락 장세로 1만9000선 부근에서 1만6000까지 수직 추락한 뒤 1만5000엔과 1만8000엔 박스권 안에서 등락했다.
[뉴스핌 Newspim] 권지언 시드니 특파원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