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자동차 부품사 '하만' 9조3000억원에 인수 결정
삼성 역대 최대 M&A..해외기업 인수 새 역사
연 9% 성장 커넥티드카 시장서 글로벌 선두 도약
[뉴스핌=황세준 기자] '이재용 등기이사' 체제가 출범한 삼성전자가 사상 최대 기업 인수합병(M&A)으로 새 먹거리인 자동차 전장사업 강화에 나섰다. 이 부회장의 새 먹거리 확보에 대한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이형석 사진기자> |
삼성전자는 14일 이사회를 열어 신성장 분야인 전장사업을 본격화 및 오디오 사업 강화를 위해 미국 전장전문기업인 하만(Harman)을 인수키로 결정했다.
이날 이사회에는 이재용 부회장이 참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인수 규모는 삼성전자 창사 이래 최대이며, 국내기업의 해외기업 M&A 역사에서도 사상 최대 규모다.
섬성전자 관계자는 "그동안 삼성전자가 2000~3000억원 수준의 M&A를 해 온 것에 비교해 보면 이번 빅딜은 30배 수준"이라며 "(이재용 부회장이) 미래 먹거리에 집중하기 위한 통큰 결단을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하만 인수를 통해 연평균 9%의 고속 성장을 하고 있는 커넥티드카용 전장시장에서 글로벌 선두기업으로 도약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기존에 보유한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의 역량에 하만의 인포테인먼트 등 전장사업 노하우를 접목해 최단시간 내에 자동차 사업을 본궤도에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말 전장사업팀 신설, M&A로 스마트카 후발주자 약점 극복
삼성은 지난해 말 전장사업팀을 만들면서 스마트카 사업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당시 시장에서는 후발주자인 삼성이 자체 개발보다는 인수합병(M&A)를 통해 몸집을 키우는 전략을 펼칠 것으로 관측됐다. 자동차 부품 특성상 안전성과 신뢰성을 갖고 판로개척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시장 예측대로 삼성전자는 올해 7월 세계 1위 전기차 제조업체 중국 비야디(BYD) 지분 2%(5000억원)를 사들이며 전장부품사업 확대에 시동을 걸었다.
시장조사업체인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자동차산업에서 전장부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2010년 30%에서 2030년 50%까지 높아질 전망이다. 다른 시장조사기관인 IHS는 지난해 전장사업 시장 규모가 106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하만은 인수 이후에도 삼성전자의 자회사로서 현 경영진에 의해 운영된다. 삼성전자는 전장사업팀을 중심으로 하만 경영진과 긴밀히 협력해, 신성장 분야인 전장사업을 본격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세계 1위를 유지하고 있는 TV와 스마트폰은 물론 VR, 웨어러블 등 각종 제품들에 하만의 음향기술과 프리미엄 브랜드를 적용해 소비자의 만족도를 높일 계획이다.
또 삼성전자는 5G통신∙OLED∙인공지능(AI)∙음성인식 등 부품 및 UX 기술과 모바일, CE 부문에서 축적한 소비자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하만의 전장사업 노하우와 결합함으로써 혁신적인 제품을 보다 빨리 시장에 내놓을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아울러 대형 디스플레이 사업과 하만의 공연장 및 영화관용 음향, 조명기기 사업과의 시너지도 강화할 예정이다.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기존 강점 보유 사업과 시너지 노려
하만은 커넥티드카용 인포테인먼트(Infotainment), 텔레매틱스(Telematics), 보안, OTA(Over The Air;무선통신을 이용한 SW 업그레이드) 솔루션 등의 전장사업 분야 글로벌 선두 기업이다. 지난해 매출액은 70억달러, 영업이익은 7억달러에 달한다.
이 회사는 매출 중 65%가 전장사업에서 발생하고 있다. 커넥티드카와 카오디오 사업은 연매출의 약 6배에 달하는 240억달러 규모 수주잔고를 보유 중이다. 시장 점유율은 프리미엄 인포테인먼트 1위(24%), 인포테인먼트 전체 2위(10%), 텔레매틱스 2위(10%) 등이다.
또한 하만은 JBL, 하만카돈(Harman Kardon), 마크레빈슨(Mark Levinson), AKG 등 프리미엄
오디오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카오디오에서는 이외에도 뱅앤올룹슨(B&O), 바우어앤윌킨스(B&W) 등의 브랜드를 보유하며 전세계 시장점유율 41%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하만이 보유한 전장사업 노하우와 방대한 고객 네트워크에 삼성의 IT와
모바일 기술, 부품사업 역량을 결합해 커넥티드카 분야의 새로운 플랫폼을 주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디네쉬 팔리월(Dinesh Paliwal) 하만 CEO는 "최근 IT 기술이 자동차 분야로 빠르게 확산되면서
우수한 기술과 폭넓은 사업분야를 고루 갖춘 기업과의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며 "이번 인수를 계기로 고객들에게 더욱 혁신적이고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고 말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하만 주주총회의 합병승인, 각국 기업결합 승인 등 선행조건을 충족한 뒤 내년 3분기 내로 인수를 완료할 예정이다. 대금 납입은 내년 2월말까지로 인수가 앞당겨질 가능성이 있다. 삼성전자가 자사 미국법인(SEA)의 주주배정 증자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출자한다.
[뉴스핌 Newspim] 황세준 기자 (hsj@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