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박지원 기자] 노래·작곡·프로듀싱에 연기까지, 말 그대로 ‘만능돌’이다. 보이그룹 B1A4 리더 진영(24)은 KBS 2TV ‘구르미 그린 달빛’을 통해 아이돌 가수에서 배우로 거듭났다.
2013년 tvN 드라마 ‘우와한 녀’를 시작으로 연기에 도전한 진영은 영화 ‘수상한 그녀’, MBC ‘맨도롱 또똣’ 등을 통해 ‘연기돌’로 주목을 받았다. 그리고 ‘구르미 그린 달빛’의 마성의 꽃선비 ‘김유성’을 만나며 연기자로서의 입지를 탄탄히 했다.
“사극이 처음이라 부담이 컸어요. 말투도 생소했고요. 감독님, 작가님이 많이 도와주셨죠. 하면서는 힘들었는데, 이번 작품을 통해 많이 배웠어요. 연기뿐 아니라 제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성도요.”
진영은 극 중 조선의 실세 영의정 김헌(천호진)의 손자로, 이영(박보검)과 대립하며 겪는 내적 갈등은 물론 사랑하는 여인 홍라온(김유정)을 멀리서 바라만 봐야하는 애틋한 마음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할아버지는 왕을 만들려고 하고, 친구는 잃었고, 사랑하는 여인에게도 다가가지 못하는 열아홉 살 ‘윤성이’의 마음을 헤아리기가 어려웠어요. 그러다 라온을 사랑하면서부터는, 오직 이 여인만 생각하면 되겠구나 싶었죠. 그 뒤로는 감정 연기를 하는 게 조금은 편해졌던 것 같아요.”
아이돌 답지 않은 탄탄한 연기력 뒤에는 진영만의 노력이 있었다. 그리고 함께 호흡한 박보검, 김유정, 곽동연 등 동료들의 도움도 컸다.
“보검이, 동연이, 유정이 가운데 제가 가장 형이고 오빠였지만, 연기로서는 제가 후배였어요. 자존심을 세우기보다는 그들에게 많이 배우고 싶었죠. 그래서 함께 호흡을 맞출 때마다 물어보고, 조언해주는 대로 다시 연기도 해봤어요. 셋을 보면서 ‘나도 빨리 발전해야겠다. 나태해져서는 안 되겠다’는 자극도 받았고요.”
질문에 차근차근 답해가는 진중한 모습에서 ‘꽃선비’ 김윤성이 느껴졌다. 실제로 진영과 윤성의 싱크로율은 얼마나 될까.
“반반인 것 같아요. 윤성은 사랑하는 여인 홍라온에게 다가가지 못하는데, 저는 좋아하면 먼저 마음을 표현하는 스타일이에요. 놓치면 아깝잖아요. 반면 경쟁자가 생기면 지지 않으려고 하는 모습은 저랑 닮은 것 같아요.”
아이돌 멤버이자 작사·작곡, 프로듀싱 실력도 뛰어난 진영. 하지만 그는 가수와 연기자 두 길을 함께 가고 싶다고 했다. 그 어떤 것에도 치우치지 않고, 함께 병행하고 싶은 데는 이유가 있다.
“어릴 적 꿈이 연예인이었어요. 지방에 살았는데, 주말이면 서울에 올라와 연습도 하고 오디션도 봤어요. 그러다 단역을 맡았는데, 모든 게 신기하더라고요. 작은 역할이지만 정말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 이 일을 평행해야겠다고 마음먹었죠.”
가수 못지않게 연기에 대한 열정이 가득한 진영에게 ‘구르미 그린 달빛’은 특별하다. 시청자들에게 ‘진영’이라는 이름을 더 많이 알리게 된 계기는 물론 자신의 가능성을 발견하게 해준 작품이기 때문이다.
“‘구르미 그린 달빛’ 윤성은 연기에 대한, 저에 대한 자신감과 용기를 줬어요. 시작 전 ‘나는 못할 수도 있어’ ‘못 고칠 수도 있어’라고 생각했던 것들을 ‘나도 할 수 있다’로 바꿔줬거든요.”
진영은 드라마 촬영으로 시간에 쫓기는 가운데에도 ‘구르미 그린 달빛’ OST ‘안갯길’을 만들었다. 그는 “힘들다”는 불평보다는 평소 자신이 꿈꿔왔던 일을 할 수 있어 감사하다는 생각만 했다.
“지금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으니까, 기회가 왔을 때 시간을 쪼개서라도 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특히 제가 출연한 드라마에 제가 만든 OST가 깔리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이번에 그 꿈을 이룬 거죠. 심지어 제가 죽는 마지막 신에 그 OST가 나왔어요. 부끄러운 얘기지만 그 장면을 정말 수십 번 돌려본 것 같아요.”
차근차근 자신의 영역에서 입지를 구축해온 진영은 앞으로도 가수, 프로듀서, 연기자의 길, 어느 하나 놓치지 않고 가져갈 계획이다.
“가수는 수명이 짧다고들 하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아요. 연기든, 노래든, 모두 자기 의지에 따라 수명이 정해진다고 봐요. 실제로 음악이랑 연기는 함께 하면 할수록 많은 도움이 되고요. 가깝게는 올해 안에 B1A4 앨범을 내는 게 목표고, 이후에는 유머러스한 로맨틱 코미디에 출연하고 싶어요. 또 먼 훗날에는 멋진 가수, 멋진 배우를 떠나 대중들에게 ‘호감형’으로 기억되고 싶어요. 보고 있어도 즐겁고, 좋은 사람이요.”
[뉴스핌 Newspim] 박지원 기자 (pjw@newspim.com)·사진 제공=WM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