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자산 7년간 투자액과 맞먹어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천문학적인 규모의 현금 자산을 쌓아둔 채 투자를 멀리하는 기업들 문제는 미국에 국한된 사안이 아니다.
독일 비금융 부문 기업들 역시 현금이 넘쳐나지만 투자에 지극히 소극적인 것으로 드러났다. 유로존 경제의 하강 리스크와 이른바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에 따른 불확실성이 맞물린 결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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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 <사진=블룸버그> |
25일(현지시각) 독일 중앙은행인 분데스방크에 따르면 비금융 부문 기업들이 보유한 현금 자산이 4550억유로(5004억달러)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해당 기업들이 지난 7년간에 걸쳐 집행한 투자액과 맞먹는 규모다. 기업들의 투자가 마비된 데 대해 경영자들은 잿빛 경기 전망 이외에 규제 불확실성과 지정학적 리스크를 배경으로 제시했다.
상황은 내년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기계 업체 지멘스는 최근 2017년 경영 계획을 매우 보수적으로 세웠다고 밝혔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날로 고조되고 있어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금융업계 이코노미스트는 노동 비용 상승과 노후된 공공 인프라를 독일 기업의 국내 투자를 저해하는 요인으로 지목했다.
미국 금융위기 이후 기업들의 투자 저하는 주요 선진국 전역에 걸쳐 나타나는 현상이다. 하지만 독일의 경우 투자를 현 수준까지 악화시킬 만큼 거시경제 여건이 나쁘지 않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독일 실업률은 사상 최저치까지 떨어졌고, 민간 금융연구소 이포(Ifo)가 집계한 기업신뢰지수는 2014년 4월 이후 최고치로 향상됐다. 금융시장 환경 역시 유럽 다른 지역에 비해 우호적이라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이코노미스트는 물론이고 기업 경영자들조차 투자 위축이 미래 독일 경제의 성장 잠재력을 깎아 내릴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독일 엔지니어링 업체 연합인 VDMA의 렝니홀드 페스타지 대표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장기적인 투자 저하로 인해 독일이 기술 개발과 차기 성장 동력 개발에 뒤쳐지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일부 기업들은 자체적인 문제로 인해 투자를 줄이고 있다. 연비 스캔들로 일격을 맞았던 폭스바겐이 대표적인 사례다. 폭스바겐은 수익성이 급격하게 악화된 데 따라 핵심 사업이 아닌 부문의 투자 계획을 전면 철회하기로 했다.
이 밖에 산업재 기업 티센크루프는 전세계 철강 가격 하락으로 인해 국내외 투자를 동결했다.
한편 골드만 삭스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독일 기업의 투자 위축이 은행 및 자본시장을 통한 자금 조달이 난관에 부딪히는 상황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기 위한 움직임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