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현근 금감원 전 간부 내정...상임이사 3인 모두 낙하산
사흘전 국감 질타받고도 낙하산 또 강행
[뉴스핌=이광수 기자] 한국증권금융 부사장에 선임된 전 양현근 금감원 부원장보의 내정 결정까지이틀이 채 걸리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관행적으로 정관계 출신의 낙하산 투하처로 알려진 증권금융이지만 인사검증 절차까지 무시한 채 이뤄진 이번 '초고속' 내정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증권금융은 지난 19일 임시주주총회에서 정효경 부사장 후임을 내정하지 못하고 정회하면서 일단 21일 주총을 열고 다시 논의키로 했다. 이에 후임자가 내정되는 시간 등을 고려해 당분간 정 부사장이 해당직을 유지키로 했었다.
이러던 중 다음날인 20일 오전 증권금융측은 양현근 부사장 내정을 전달받았다. 이어 이튿날인 21일 오후 주총을 통해 공식 선임키로 한 것. 앞서 금감원 출신 임원이 내정될 것이란 소문은 있었지만 전날까지 없던 내정자가 단 하루 만에 생겨난 것이다.
낙하산 인사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한국증권금융 상임이사. 왼쪽부터 정지원 사장, 조인근 감사, 양현근 부사장 내정자. |
지금까지 외부 낙하산 인사라 하더라도 부사장 내정에 최소 2~3개월은 걸렸다. 선임을 위해 외부인으로 구성된 부사장추천위원회를 통해 후보 추천을 받고, 이력서 등 검증과정을 거쳤다. 하지만 이번 부사장추천위원회는 위원들간 상견례만 한 상태로 검증절차가 생략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청와대가 국정감사 일정 등으로 바쁜 상황에서 시간이 지체되면 후보간 경쟁이 커질 것으로 판단해 정부가 급하게 마무리 한 것으로 보인다"고 귀띔했다.
증권금융 내부에서도 갑작스럽다는 반응이다. 증권금융 한 관계자는 "증권금융이 퇴임 직전에 오는 장소냐"며 "금융을 아는 내부자 출신이 해야한다"고 이번 내정에 불만을 드러냈다. 노조도 강하게 반발하며 이날 오후 열리는 주주총회를 막고, 24일 예정된 양 내정자의 출근도 저지한다는 계획이다.
사실 증권금융의 낙하산 인사가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두 달 전인 지난 8월에는 감사직에 조인근 전 청와대 연설기록비서관을 선임돼 논란의 불씨를 다시 지폈다. 결국 양 부원장보가 부사장으로 내정되면서 정지원 사장(전 금융위 상임위원)을 비롯한 증권금융 상임이사 3명 모두 관피아 차지가 됐다.
불과 사흘전인 지난 18일에도 증권금융은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낙하산 인사문제로 의원들의 강한 질타를 받기도 했다. 채이배 국민의당 의원은 "증권금융이 관행적으로 정관계 출신 인사들의 낙하산 인사 문제를 겪고 있다"며 금융당국 차원의 감사를 요구했다. 허나 증인으로 참석한 정지원 사장은 이에 대해 "낙하산 인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한편 이번 양 신임 부사장 내정에 대해 증권금융 측은 "애초 19일 임시주총은 후추위가 부사장 선임안을 확정하지 못해 연기를 요청했고, 이에 21일 주총에서 내정을 결정한 것"이라며 "특히 증권금융은 주식회사기 때문에 인사검증 절차가 공공기관과 다르며, 이번 부사장 선임이 앞선 임원선임 절차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뉴스핌 Newspim] 이광수 기자 (egwangs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