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만 1.1조달러 손실 경고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최근 채권시장의 매도 공세가 인플레이션 상승 리스크에 따른 것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된 가운데 눈덩이 손실 리스크에 투자자들이 긴장하고 있다.
미국 채권시장의 듀레이션 리스크가 사상 최고치까지 상승한 데 따라 금리가 완만하게 오르더라도 투자자들의 손실액이 1조1000억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경고다.
월가 트레이더들 <출처=블룸버그> |
주요국 중앙은행도 식은땀을 흘리고 있다. 중앙은행의 대차대조표 규모가 올 들어서만 10% 급증한 가운데 채권시장 하락이 추세적으로 이어질 경우 비전통적 통화정책이 더욱 난항을 맞을 것이라는 우려다.
17일(현지시각) 월가 투자자들이 채권시장의 손실 리스크에 대한 경고를 쏟아냈다.
골드만 삭스는 완만한 금리 상승에도 채권 포트폴리오에 커다란 흠집이 발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금리가 1% 상승할 때 추정되는 미국 채권시장 투자자들의 손실액이 1조1000억달러로, 역대 최대 규모라는 판단이다.
사상 최저 금리가 영속될 것으로 예상, 마이너스 수익률에 거래되는 채권과 장기물 채권을 사들인 투자자들이 밤잠을 설치는 모습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12월 금리인상 가능성뿐 아니라 인플레이션 상승 우려가 최근 채권시장의 공격적인 ‘팔자’를 초래했고, 매도 공세가 지속될 수 있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이 때문에 채권 금리 상승은 주요국 전반에 걸쳐 확산되고 있다.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이날 장중 1.81%까지 뛰며 6월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고, 영국 10년물 수익률 역시 1.13%까지 급등한 두 1.03%로 상승폭을 낮췄다.
독일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0.6%까지 오른 가운데 이탈리아와 스페인 국채 수익률 역시 일제히 오름세를 타고 있다.
골드만 삭스의 마티 영 애널리스트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채권시장의 매도가 지속될 것”이라며 “듀레이션 리스크가 전례 없는 수준까지 상승해 커다란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TD증권의 프리야 미스라 전략가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최근 채권 매도는 미국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 전반에 걸쳐 나타난 현상”이라며 “인플레이션 리스크 프리미엄이 채권 금리 상승의 주요인”이라고 판단했다.
최근 린지 그룹은 장기물을 중심으로 채권 비중을 축소하고 있다고 전했다. 주요국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 상승을 용인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투자 리스크가 높아졌다는 지적이다.
손에 땀을 쥐는 것은 중앙은행도 마찬가지다. 업계에 따르면 10대 중앙은행의 자산 규모가 21조4000억달러로, 지난해 말 이후 10% 증가했다. 리먼 파산 이후 자산 규모가 두 배 늘어난 셈이다.
이는 지난해 말 기준 전세계 경제 규모의 29%에 이르는 수치인 동시에 블룸버그가 집계하는 전세계 채권 지수의 시가총액의 절반에 해당하는 규모다. 또 전세계 주식시장 시가총액의 3분의 1에 해당한다.
가뜩이나 중앙은행의 자산 매입이 한계에 부딪혔다는 논란이 뜨거운 가운데 부양책이 난관을 맞는 것은 물론이고 채권 버블의 주범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주장이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