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사줬다가 딸 아이 망친다"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이 성숙기로 접어들 정도로 보급률이 높아졌지만 인도 여성들은 열외다.
에어컨부터 식기 세척기, 케이블 TV까지 웬만한 전자제품이 일상 생활을 침투했지만 스마트폰은 인도 여성들에게 접근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아이폰7 <사진=애플> |
가격 부담 때문이 아니다. 저렴하게는 50달러도 안 되는 가격에 스마트폰을 구입할 수 있지만 인도 여성들에게 이는 ‘그림의 떡’이다.
요리사로 일하다 은퇴한 발비르 씨가 딸들에게 스마트폰 사용을 엄격하게 금지시킨 데서 그 배경을 엿볼 수 있다.
“스마트폰으로 처음에는 전화 통화를 하겠죠. 그러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사내와 같이 달아날 게 뻔합니다.”
그는 자신의 휴대폰도 인터넷 접속을 차단했다. 그의 휴대폰은 말 그대로 전화기일 뿐이다.
인도 북부 지역 랄푸르의 한 남성은 “휴대폰이 여성들에게 매우 위험한 물건”이라며 “젊은 여성들이 수치스러운 일을 행할 여지가 남자에 비해 높다”고 주장했다.
인도 남성들의 보수적인 관념이 수천만 명의 인도 여성들을 스마트폰의 사각지대로 내몰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4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아내와 딸이 스마트폰을 사용했다가 잘못된 길로 접어들 것이라는 통념이 커다란 시장을 사장시킨 셈이다.
인도에서는 수백만에 이르는 인구가 스마트폰을 이용해 통화 이외에 구직 활동과 금융 거래, 각종 티켓 구입, 인터넷 서비스 이용, 학습까지 다양한 일을 처리한다. 하지만 여성들은 최첨단 기기가 제공하는 편의를 누리지 못하는 실정이다.
모바일 기기 관련 남녀 불평등은 통계 수치로도 확인됐다. 컨설팅 업체 GSMA에 따르면 인도 남성 가운데 스마트폰 사용자가 43%에 달하는 데 반해 여성은 28%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집트의 경우 남녀 비율이 각각 54%와 53%로 거의 같았고, 중국 역시 49%와 48%로 별 차이를 보이지 않은 것과 대조적인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휴대폰을 이용하는 인도 여성들 가운데 인터넷에 단 한 번도 접속하지 않은 이들이 81%에 달했다. 30% 내외로 집계된 멕시코 및 중국과 커다란 격차를 벌인 셈이다.
이 밖에 페이스북 여성 이용자가 인도의 경우 24%로, 미국(54%)의 절반 수준에 그친 것은 물론이고 아시아 이머징마켓 가운데 IT 산업 성장이 뒤쳐지는 것으로 평가 받는 필리핀(52%)과 베트남(34%)에 비해서도 현격하게 낮았다.
업계 이코노미스트는 남성들의 편견 이외에 인도 여성의 사회 진출이 낮은 것도 스마트폰 보급률을 현저하게 떨어뜨리는 요인이라고 판단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