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바닥 신호…개혁안 탄력
[뉴스핌= 이홍규 기자] 올해들어서만 무려 40% 넘게 내달린 브라질 증시에 추가 상승이 기대된다는 분석이 투자은행(IB)들 사이에서 제기되고 있다.
경기가 바닥을 쳤다는 신호들이 나오고, 미셰우 테메르 대통령이 지방선거를 무난히 마침에 따라 각종 개혁안들이 탄력을 받을 것이란 예상 때문이다.
지난 11일 종가 기준으로 브라질 대표 주가지수인 보베스파지수는 연초 이후 41% 상승했다. 그 사이 미국 달러화에 대한 브라질 헤알화 가치는 23% 뛰어 올랐다.
올해 브라질 증시가 상승한 배경에는 전 대통령인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의 탄핵과 테메르 대통령의 친(親)시장 정책 기대감이 있었다.
하지만 비슷한 이유로 투자자들의 관심을 모았던 아르헨티나 증시는 브라질에 비해 주목도가 높지 않았다. 브라질의 '성장 스토리'가 주목받게 된 것이다.
(흰색)보베스파 올해 지수 추이 (파란색) 달러/헤알화 추이 <자료=블룸버그통신> |
◆ 테메르 정권 지방선거 승리…상승 모멘텀 뚜렷
전문가들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테메르 대통령이 속한 브라질민주운동당(PMDB)을 비롯한 연립정권의 승리로 상승 모멘텀이 뚜렷해졌다고 진단했다.
개혁 목소리를 냈던 우파 정권이 힘을 얻게 됨에 따라 사회 안보와 노동 법안들이 의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현재 의회는 자국의 일부 유전 운영을 해외 기업에 개방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이 같은 변화의 첫 신호탄으로 브라질 하원은 공공지출을 향후 20년 간 물가에 연동시키는 법안을 11일 통과시켰다. 이는 재정 적자에 허덕이는 브라질 경제를 회생하기 위한 것으로, 앞으로 20년간 예산 동결을 의미한다.
UBS자산관리의 알레호 크제르원코 신흥시장 주식 전략가는 "모멘텀이 아주 강하다. 새 정부는 약속을 이행해 나가고 있다"고 이날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했다.
거시 경제 지표의 개선 흐름도 이목을 끄는 대목이다. 더구나 물가상승률은 27개월 만에 최저 수준을 나타내 중앙은행의 금리인하 기대감은 더욱 커진 상태다.
지난 9월 브라질 소비자신뢰지수는 5개월 연속 상승해 2015년 1월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같은 달 제조업 부문의 기업신뢰지수는 2014년 7월 이후 최대 수준으로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내년 브라질 경제가 1.5%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BAML)의 데이비드 베커 이코노미스트는 "(자산 시장 가격이) 추가 상승할 여지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중앙은행의 금리인하 여력을 시장 예상 350bp(1%=0.01bp)보다 큰 450bp로 예상한다"고 분석했다.
<사진=블룸버그통신> |
◆ 과열 경고도…"개혁 효과 아직 반영 안해"
물론 브라질 증시에 과열 우려감이 있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지금 가격이 앞으로 이뤄질 개혁안의 효과를 아직 반영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크제르원코 전략가는 "MSCI브라질지수의 주가수익배율(PER, 12개월 선행 기준)이 역사적 평균을 웃도는 표준편차 +1.3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며 "상승폭은 연초보다 제한될 것으로 예상하나, 좋은 성적을 계속 거둘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다만, 국민의 거센 반발로 정부 개혁안이 표류될 가능성도 있다. 특히 테메르 대통령이 공약했던 연금 시스템 개혁과 노동법 개정은 시민 사회에 커다란 반발을 불러올 공산이 크다.
2018년 말 대통령 선거를 앞둔 의회가 시민의 반발을 무릅쓰고 개혁을 단행하기에는 부담일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특히 최근 사법 당국의 '페트로바스' 부패 스캔들 수사는 테메르 대통령과 그의 소속 정당인 PMDB으로 까지 확대되는 모양새다.
하지만 이 같은 위험에도 전문가들은 브라질만큼 투자 매력도가 높은 곳은 없다고 주장했다. BCP증권의 왈터 몰란노 이코노미스트는 "브라질은 아르헨티나보다 라틴 아메리카 지역에서 가장 희망적 곳"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홍규 기자 (bernard020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