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금통위 금리 결정 앞두고 부총리 발언 파문
[뉴스핌=허정인 기자] "척하면 척" 2탄이 나왔다.
최경환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취임 이튿날인 2014년 7월1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출석해 "금리는 금통위가 결정할 사안이므로 공개적으로 말하기엔 부적절하다"면서도 "그렇지만 제 생각은 이미 시장에 전달됐을 것"이라며 에둘러 금리인하를 요구했다. 이 발언이 나온 다음날 한은은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이후 최 부총리는 이주열 한은 총재에게 통화정책 협조를 요청했냐는 질문에 "척하면 척이다"라고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최 부총리의 후임자인 유일호 부총리는 지난 8일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전 세계적으로 확장적 통화정책을 펴왔고 거기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점에는 모두가 동의한다”면서도 “거꾸로 본다면 국내 금리는 여유가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주열 총재가 "통화정책보다는 재정정책 여력이 더 크다"며 "경기 부진 대응에 재정이 더 많은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말한 것과는 결이 다른 발언이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1월 오찬회동에서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스핌 DB> |
10일 채권시장에서는 유 부총리와 이 총재의 발언이 오는 13일 금통위의 금리 결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를 가늠하느라 분주했다.
최 전 부총리의 사례가 아니더라도 정부의 입김이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로 연결된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가장 최근의 인하였던 지난 6월 금통위를 앞두고도 기재부의 압박은 노골적이었다. 금통위를 딱 하루 앞둔 6월 8일, 정부는 기업 구조조정 방안을 기습적으로 발표했다. 그리고 한국은행은 다음날 기준금리를 내렸다.
당시만 해도 이 총재는 통화정책·재정정책·구조조정 세 가지가 함께 진행돼야 한다는 3박자론을 강조했다. 추가경정예산조차 편성되지 않은 시점에 금리를 내린 것에 대해 이 총재는 "먼저 움직이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장에선 "총재가 총대를 메고 나선 것 같다"며 소년가장에 비유하기도 했다.
이 총재가 3번째 금리 인하를 결정한 지난해 3월 금통위 역시 하루 전날 김무성 당시 새누리당 대표가 "세계 흐름에 맞춰 금리를 내려달라"고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이 총재는 금통위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좌회전 깜빡이를 켜고 우회전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신호를 좀 늦게 켰다"며 멋쩍은 해명을 하기도 했다.
가계부채 문제와 미국의 예고된 금리인상 등을 이유로 시장에선 10월 금통위가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유 부총리의 발언으로 인해 인하할 수도 있다는 의견도 나오기 시작했다.
한 증권사 채권딜러는 "정부가 당장 금리인하보다는 구조조정때 정책 여력이 충분하다는 점을 미리 확인해두고 싶어하는 정도로 보인다"면서 "총재도 국감장에서 이 부분에 대해 인정하기도 했고 대외적 요인인 연준의 금리인상 이슈가 해소되기 전까지는 완화기조가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뉴스핌 Newspim] 허정인 기자 (jeongi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