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장주연 기자] 냉혹한 킬러 형욱(유해진)은 우연히 들른 목욕탕에서 비누를 밟고 넘어져 기억을 잃게 된다. 같은 시각 죽기로 결심한 무명배우 재성(이준) 역시 신변 정리를 위해 목욕탕에 들른다. 그곳에서 형욱을 만난 재성은 목욕탕 키를 바꿔 도망친다. 이후 형욱과 재성은 180도 뒤바뀐 삶을 살게 된다.
어느 날 갑자기 다른 사람의 삶을 살게 된다면. 영화 ‘럭키’는 바로 이 질문에서 시작된다. 원작은 치다 겐지의 ‘열쇠 도둑의 방법’, 영어 제목은 행운의 열쇠를 의미하는 Luck-Key다.
‘럭키’의 가장 큰 강점을 꼽으라면 근래에 보기 힘든 코미디 영화라는 존재 자체에 있다. 여전히 센 영화들로 가득한 극장가에서 오랜만에 만나는 유쾌한(그렇다고 핏빛으로 물들지 않는 건 아니다) 영화라 반갑다. 더욱이 ‘럭키’는 일확천금을 노리기보다 자신의 삶을 사랑하고 최선을 다해서 살면 누구나 빛날 수 있다는 꽤 긍정적인 마무리를 하고 있다. 누군가는 너무 뻔해서 심심하다고 하겠지만, 그렇기에 메마른 정서에 따뜻함이 스민다.
단점은 웃음과 긴장을 자연스럽게 펌프질하지 못한다는 데 있다. 여느 영화들처럼 초반에 코미디에 치중했던 ‘럭키’는 중후반으로 넘어가면서 무게감을 형성한다. 하지만 코미디와 정극 사이를 오가는 연출이 매끄럽지 못하다. 당연히 빈약한 구성이 두드러질 수밖에 없다. 물론 코미디 영화에서 대단한 철학이나 개연성을 바라는 것 또한 욕심이겠지만.
유해진의 호연은 역시나 인상적이다. 이번엔 매 작품 양념처럼 선보였던 코믹 연기로 아예 승부수를 던졌다. 화끈하고 시원하다. 유해진의 실감 나는 열연에 웃음은 배가 되고 현실감이 떨어지는 소재는 힘을 얻는다. 다만 유해진의 강렬한 연기 탓인지 이준의 연기가 점점 갈 길을 잃는다. 인생이 바뀌는 건 둘인데 돋보이는 건 하나. 아쉬울 수밖에 없다. 오는 13일 개봉. 15세 관람가.
[뉴스핌 Newspim]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 <사진=쇼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