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국적자, 외국여권으로 출입국하면 동일인 여부 파악안돼
양육수당 지급거절 대상자인 90일 이상 체류자로 미분류
기초연금·장애인연금 등도 사각지대...복지부 "법무부와 논의중"
[세종=뉴스핌 이진성 기자] #남편과 미국에 거주하며 2살된 자녀를 가진 아내 B(35)씨는 주재원 비자를 갖고 있다. 그는 매달 한국에 꼬박꼬박 세금을 내고 있지만, 단 한푼의 양육수당도 받지 못한다. 올해부터 정부가 해외장기거주 대상자에 대해 양육수당 지급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거주하는 K(43)씨의 자녀(2세)는 미국 시민권을 가진 이중국적자다. 주기적으로 자녀와 함께 한국을 방문하는 K씨는 자녀의 여권으로 미국 여권을 사용하고 있다. 양육수당을 받기 위해서다. 해외 여권으로 방문할 경우, 양육수당 지급이 거절되는 이중국적자인지, 해외장기거주(90일) 대상자에 포함되는지 등을 파악하지 못한다는 점을 이용한 것이다.
외국에 90일 이상 거주할 경우 지급이 중단되는 양육수당 지급 등의 규정을 개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일부 이중국적자들이 이중국적은 의무신고가 아니라는 법의 허점을 이용해 국민세금으로 이뤄진 복지혜택에 무임승차하고 있어서다.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도 이 같은 내용을 알고 있지만, 법무부 등의 비협조를 이유로 대책마련에 손을 뗀 모양새다.
10일 복지부에 따르면 출생신고 및 출입국 등 관리의 어려움으로 이중국적자에게도 양육수당 등이 지급되고 있다. 현행 법상으로 해외 여권을 통해 출입국할 경우 이중국적자인지 파악이 불가능해서다.
앞서 복지부는 0~5세 아이를 둔 가정에 대해 일괄적으로 양육수당을 지급하는 것에 대해 국민세금이 낭비된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지난해 9월, 90일 이상 해외에 거주할 경우 양육수당 지급을 거부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9월부터 시행된 제도에 따라 올해부터 해외장기거주자들은 양육수당을 받지 못하게 됐다.
하지만 복지부의 방안은 성급했다. 법무부가 출입국관리 등에 대한 개정안을 미루면서, 일부 이중국적을 가진 해외장기거주자들을 중심으로 양육수당을 받기 위한 꼼수가 성행하기 시작했다.
이중국적자에 대한 관리가 미흡하다는 것을 이용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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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들이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사진=뉴시스> |
예컨대 우리나라와 미국 등의 신분을 가진 A씨가 국내 여권이 아닌 미국 여권을 통해 출입국하게되면 현 출입국 시스템상 동일인인지 파악이 불가능해 A씨는 우리나라 단일 국민으로 국내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때문에 A씨는 이중국적 신분으로 미국에서 생활하고 있더라도, 우리나라에 머무는 것으로 분류돼 양육수당을 받을 수 있다.
복지부는 해외 여권과 국내 주민등록번호 등을 통합해 시스템화시켜 관리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했지만 관계부처의 비협조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러는 사이 역차별 문제도 불거지고 있다. 주재원 비자를 가진 해외장기거주자들은 매달 꼬박꼬박 세금을 납부하고 있지만, 단 한푼의 양육수당도 받지 못한다. 따라서 육아커뮤니티 등에서는 세금을 납부하는 국민은 외면하고, 세금한푼 내지 않는 이중국적자들만 수혜를 받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비단 양육수당 뿐만이 아니다. 이중국적자들은 해외 여권 방문 등의 꼼수를 활용하면 기초연금 및 장애인연금 등 복지정책으로 시행하고 있는 대부분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아울러 이중국적자들을 관리하기 위한 방안이 미흡하다보니, 세금이 얼마나 낭비되고 있는지조차도 파악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개인정보가 들어가는 민감한 사항이다보니 법 개정 없이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면서 "법무부 등 관계기관과 해결방안에 대해 협조를 구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뉴스핌 Newspim] 이진성 기자 (jin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