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해튼 아파트 거래 20% 급감..런던 해외 투자액 '뚝'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전세계 부동산 투자가 7년만에 처음으로 감소했다. 연초 중국 리스크부터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까지 굵직한 리스크가 꼬리를 물자 투자자들이 공격적인 베팅에서 물러선 것으로 풀이된다.
노른자위 부동산 역시 한파를 내고 있다. 해외 투자자들이 런던에서 발을 빼는 정황이 포착됐고, 뉴욕의 맨해튼 역시 아파트 거래가 20% 급감했다.
맨해튼 센트럴파트 주변의 고가 건물 <출처=블룸버그> |
4일(현지시각) 부동산 중개자문 업체 쿠쉬먼 앤 웨이크필드에 따르면 연초 이후 6월 말까지 전세계 부동산 투자액이 9197억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7% 줄어든 수치다. 글로벌 부동산 투자 규모가 감소한 것은 7년만에 처음이다.
이는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상승 추세를 탔던 부동산 사이클이 하강 기류로 접어들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또 투자자들이 크고 작은 리스크 요인들에 대해 우려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쿠쉬먼의 데이비드 허칭스 유럽 투자 전략 헤드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와 인터뷰에서 “부동산 투자 리스크가 수요를 누르고 있다”며 “이제부터 관건은 올해 투자 감소가 일시적인 현상인지 아니면 추세 반전의 시작인지를 파악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1~2년 전과 비교할 때 투자자들의 리스크 회피 움직임이 두드러진다고 전했다. 중국의 자본 유출 이후 영국의 EU 탈퇴 결정과 미국 대통령 선거까지 잠재 변수들이 부동산 투자의 걸림돌로 자리잡고 있다는 얘기다.
이는 해외 투자자들의 런던 부동산 매입이 줄어든 데서 확인된 사실이다. 올해 상반기 런던 부동산 투자 규모는 248억8000만달러로 전년 394억달러에서 상당폭 줄어들었다.
이에 따라 런던은 같은 기간 248억9000만달러의 투자 자금을 흡수한 뉴욕에 근소한 차이로 밀렸다.
하지만 뉴욕의 부동산 경기도 한파를 내기는 마찬가지다. 부동산 중개 업체 더글러스 엘리만 부동산에 따르면 지난 3분기 맨해튼의 아파트 거래가 20% 급감한 것으로 파악됐다.
기존의 아파트 보유자들은 투자 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매물을 쏟아내고 있지만 부동산 매입에 나서는 투자자 저변이 위축됐다는 것이 업계의 진단이다.
중개업체 밀러 사무엘의 조나단 밀러 대표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최근 수년간 부동산 가격이 가파르게 오른 데 따라 차익을 실현하려는 이들이 자산 처분에 나서고 있지만 투자자들은 소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3분기 거래가 종료된 아파트의 매매 가격 상승률은 2.6%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3년간 연평균 상승률인 18%에서 대폭 위축된 수치다.
밀러 대표는 “맨해튼 부동산 시장의 하강 기류가 뚜렷하게 확인된다”며 “수년간 지속됐던 가격 상승 추이가 종료되는 시점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 밖에 버블 논란을 일으켰던 캐나다 밴쿠버의 9월 주택 매매 역시 전년 동기에 비해 33%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 투자자에 대한 세금 부담 상승으로 인한 결과로 풀이된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