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우려와 달리 정책 수렴 현상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글로벌 중앙은행의 탈동조화가 연초 투자자들 사이에 뜨거운 감자였다. 미국의 통화정책 정상화와 유럽 및 일본의 지속적인 통화완화가 충돌, 금융시장에 허리케인을 일으킬 것이라는 공포가 트레이더들을 바짝 긴장하게 했다.
하지만 예측을 보기 좋게 빗나갔다. 오히려 각국 중앙은행의 정책이 한 자리로 수렴하고 있다는 것이 최근 월가의 진단이다.
재닛 옐런 연준 의장 <출처=블룸버그> |
매파 발언을 쏟아냈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올들어 단 한 차례도 금리인상을 단행하지 못했고, 12월 두 번째 금리를 올릴 뜻을 내비쳤지만 투자자들은 회의적인 반응이다.
반면 공격적인 통화완화에 나설 것으로 기대됐던 유럽중앙은행(ECB)과 일본은행(BOJ)은 예상 밖으로 꼬리를 내렸다.
BOJ가 통화정책 수단을 장기 금리 통제로 변경, 사실상 기존의 양적완화(QE)와 마이너스 금리 정책의 한계를 인정했다.
ECB 역시 최근 회의에서 QE 확대에 대해 소극적인 입장을 나타냈고, 일부 정책자들은 기존의 비전통적 통화정책에 대해 경고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 밖에 중국 인민은행(PBOC)과 영국 영란은행(BOE)이 경기 순응적인 정책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주요국 중앙은행이 근본적으로 같은 행보를 취하는 것은 인플레이션을 목표치까지 끌어올리는 일이 멀고 험난한 과제라는 사실을 인정한 셈이라는 분석이다.
아울러 하강 기류를 벗어나지 못하는 생산성과 인구 고령화 문제가 중장기적인 성장 발목을 잡고 있고, 이로 인해 경제가 인플레이션이나 디플레이션 리스크 없이 잠재 성장률 수준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하는 중립 금리가 떨어지는 상황을 각국 중앙은행이 공감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 <사진=블룸버그> |
마이클 에버리 라보뱅크 인터내셔널 리서치 헤드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지구촌 곳곳에서 금리가 아래로 흘러 내리고 있다”며 “글로벌 경제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구조적인 요인에 따른 결과”라고 설명했다.
데이비드 라퍼티 나티시스 글로벌 애셋 매니지먼트 전략가는 “금리 상승이나 자산 매입 프로그램의 종료는 글로벌 경제 성장을 둔화시키는 것은 물론이고 침체를 야기할 수 있다”며 “중앙은행 정책자들은 이를 인식하는 동시에 기존의 비전통적 통화정책이 경기 부양 효과보다 더 커다란 부작용을 내는 현실을 직면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중앙은행의 경기 부양 카드가 사실상 소진됐다는 의견은 새로운 얘기가 아니다. 뿐만 아니라 트레이더들 사이에 회의론이 더욱 고조되는 양상이다.
BOJ의 21일 회의 결과에도 엔화가 상승세로 돌아선 것은 이를 반영하는 단면으로 해석된다.
이날 래리 핑크 블랙록 최고경영자는 재정정책 완화를 통한 경기 부양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뉴욕증시가 15% 급락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