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외환시장에서 달러 유로 등 주요 통화 대비 1% 급등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일본은행(BOJ)의 통화정책 결과에 21일(현지시각) 아시아 외환시장에서 가파르게 떨어졌던 엔화가 뉴욕외환시장에서 강세로 돌아섰다.
장단기 금리 차이를 확대해 인플레이션을 살려내겠다는 BOJ의 새로운 실험이 불과 반나절만에 투자자들로부터 낙제점을 받은 셈이다.
일본 엔화 <출처=블룸버그> |
이날 장중 뉴욕외환시장에서 달러/엔 환율은 1.1% 급락하며 100.60엔에 거래되고 있다. 엔화가 달러화에 대해 1% 이상 뛰었다는 얘기다. 한 때 환율은 100.54엔까지 밀리며 100엔선을 위협했다.
엔화는 유로화에 대해서도 강세를 나타냈다. 장중 유로/엔 환율은 1% 하락하며 112.29엔을 나타냈다. 아시아 외환시장에서 114엔선을 뚫고 올랐던 것과 대조적인 움직임이다.
이 밖에 홍콩 달러와 호주 달러에 대해서도 엔화는 1% 내외로 상승했다.
BOJ의 회의 결과 발표 직후 주요 통화에 대해 가파르게 떨어졌던 엔화가 급반전을 이룬 것은 정책자들의 결정에 대한 투자자들의 평가를 드러내는 단면이다.
자산 매입을 단기물에 집중하는 한편 일드커브를 들어 올려 인플레이션 상승을 유도하겠다는 의도가 투자자들의 공감대를 이끌어내지 못한 셈이다.
금융업계 이코노미스트는 BOJ의 이번 발상이 교과서적으로 타당한 개념이지만 지난 수년간의 비전통적 통화정책의 실패로 인해 정책자들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바닥으로 떨어진 상황에 기대하는 결과를 얻기는 어렵다는 데 입을 모으고 있다.
크레디트 스위스의 샤합 얄리누스 외환 전략가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BOJ의 이번 회의 결과는 정책자들에게 인플레이션과 실물경기를 부양할 수 있는 카드가 모두 소진됐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줄 뿐”이라며 “10년물 국채 수익률 통제로 엔화의 평가절하를 유도한다는 것은 논리적 근거가 없는 얘기”라고 주장했다.
JP모간의 가노 마사아키 이코노미스트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와 인터뷰에서 “일드커브 통제로 인플레이션을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은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가 상승할 때만 가능하다”며 “정책 신뢰가 추락한 상황에 BOJ가 기대하는 결과가 현실화되기는 어렵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인플레이션이 실제로 상승할 경우 BOJ가 오히려 더 커다란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이다.
물가가 오를 때 이번 회의에서 결정한 장기 금리 통제와 인플레이션이 목표치를 오버슈팅할 때까지 통화완화 정책을 지속하기로 한 약속으로 인해 가뜩이나 난제로 통하는 ‘출구전략’이 더욱 힘겨워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